천국에서의 하루_김선하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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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이정애, 정성우, 정진효, 정은주, 이정미 (왼쪽부터) / Dallas Arboretum and Botanical Garden 

작년에 간절하게 소망했던 꿈은 내년 봄이었다. 내년 봄을 볼 수 있으면 큰 가슴으로 안고 싶다는 소망을 하고 1년을 힘겹게 보냈는데 온전하게 새로운 봄을 맞았다. 
이 얼마나 축복으로 가득한 봄인가, 들녘의 꽃보다 무탈하게 봄에 연착륙한 나에게 감사할 뿐이다. 내일도 알 수 없는 인생에서 내년 봄을 기약한다는 것은 축복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임을 잘 알고 있기에 감사할 따름이다. 

아마 우리는 전생에 수많은 공덕을 쌓아 현생에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지금 생이 윤회의 마지막 단계이고 올봄이 생의 마지막 계절이라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지혜가 떠오르지 않는다. 작년에 소망하며 써 놓았던 ‘버킷 리스트’부터 들춰 본다. “오늘이 내 생애의 마지막 전날이다.”라는 섬뜩한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특별하게 아픈 곳도 없고 지병도 없는데 왜 이런 섬뜩한 문구를 써야만 했는지 기억하려 노력해도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어떤 책을 읽으면서 써놓은 문구가 틀림없을 것이라는 추측뿐이다. 

많은 사람과 관계하면서 듣게 되는 것이 ‘천국’이라는 단어다.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사람이나. 넘칠 만큼 부를 쌓아 놓고 사는 사람이나 한결같은 믿음은 ‘천국에서의 다음 생'을 살겠다는 것이었다. 욕심이라고 치부하기엔 그들의 믿음이 내 소망보다 강했다. "살아있을 때 여행도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드세요.” 하면 한결같이
“천국에 가면 다 하는데 뭐하러 쓸데없이 힘을 빼”라는 대답이다. 살아생전 한을 천국 가서 풀겠다는 사람한테 더 말대꾸가 무의미해 그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금 달라스 식물원 (Dallas Arboretum and Botanical Garden)은 천국처럼 환하게 빛나고 있다. 그렇게 소망하던 천국이 그곳에 있는 것처럼 모두가 웃음꽃을 피우며 행복해한다. 혹한의 역경을 이기고 핀 꽃은 아니지만 모든 꽃이 있는 힘을 다해 피어나고 있다. 그곳에 있는 모두가 천국으로 소풍 나온 사람 같다. 2달 된 아기부터 산소호흡기를 달고 휠체어에 기댄 사람까지 다채로운 사람들이 꽃처럼 피어난 났다. 함께할 점심을 싸 들고 온 가족부터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까지. 꽃보다 더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저 좁은 울타리 안이 천국임을 믿고 싶었다. 천국은 이미 와있는데 마음의 문이 열리지 않아 못 들어가고 서성이는 사람한테 권하고 싶다. 그곳이 그토록 찾아 헤매는 천국이라고..... 천국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내 마음의 문이 천국 쪽으로 열려있으면 그곳이 천국이다. 

천국에서 정진효 씨 가족을 만났다. 한국에서 온 이모와 함께 천국 문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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