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에 있어 소탕(掃蕩)작전은 정규작전에 버금가리 만큼 중요하다. 효과적으로 잔여 적(適)을 없애 버리지 않으면, 차후에 이들이 결집하여 아군 진영을 교란, 치명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에, 작전후 잔여세력 소탕작전은 차후 지속적이며 성공적인 작전을 위해 현대전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작전계획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작전계획은 달랐다. 차후를 대비하여 후보 계획을 예비하신 것이다. 즉, 그 분의 택한 자녀들을 향후 혹독하게 시험/평가하기 위하여 가나안 족속 중 일부를 남겨두게 하셨다.
이스라엘군은 여호수와의 지휘아래 난공불락의 여리고성과 아이성을 성공적으로 제압하였다. 길갈(Gilgal) 본영에서 잠시 전열을 재정비한 다음, “내가 그들을 네 손에 붙였나니”라는 여호와의 격려의 메세지에 힘입어 다음 공격목표를 남쪽 가나안 족속에 두었다. 이 무렵, 중·남부 가나안땅은 아모리 족속(Amorites)이 거주하고 있었는데, 주로 기브온(Gibeon), 아세카(Azekah), 립나(Libnah), 라기쉬(Lachish), 에글론(Eglon), 그리고 막게다(Makkedah) 일대에 흩어져, 각기 왕을 세워 독립 부족국가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스라엘의 가나안 진입소식을 접한 이들 부족의 왕들은 긴급회동을 갖는다. 예루살렘왕 아도니-세덱(Adoni-Zedec)이 주도한 가운데 헤브론왕, 야르뭇왕, 라기스왕, 그리고 에글론왕이 이스라엘군을 상대하기 위하여 군사동맹을 맺었다. 그리고 모든 군대를 거느리고 기브온(Gibeon) 산지 일대에 진을 치고 이스라엘군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지휘본부가 위치한 길갈(Gilgal)을 출발하여 기브온(Gibeon)까지 16km거리를 야간에 은밀히 이동하여 적의 턱밑까지 접근하였다. 여호수아가 밤눈이 밝은 병사를 대동하고 적진을 살피보니, 가나안 연합군의 군사들은 일부 보초병을 제외하고 모두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주도면밀한 지형분석 끝에 드디어 공격방향을 찾았내었다. 연합군 형태로 구성된 군대는 국가간 경계인 전투지경선이 가장 취약한 법이기에, 부족사이를 종심깊이 타격하여 적을 분리/섬멸하기로 작전계획을 수립하였다. 작전 개시시간은 적이 기상하기 전, 새벽 여명으로 정했다.
여명이 밝아오는 순간, 이스라엘군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기습적으로 적진으로 돌격하였다. 적 부대의 협조점을 돌파하여 종심깊이 진격, 적의 전투의지를 순식간에 마비시켜 버렸다. 이에 가나안 동맹군은 혼비백산하여 대오가 무너져버려 전투에 임할 겨를이 없다. 무기, 장비, 보급품 등을 그대로 남겨두고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가 버린다. 이스라엘군은 후퇴하는 적을 계속 압박하여 벧-호른(Beth-Horon)-아세가(Azekah)-막게다(Makkedah)까지 추격, 적을 완전히 괴멸시켰다. 이어 막게다 동굴에 숨어있던 아모리족속 다섯왕인, 아도니-세덱(Adoni-Zedec, king of Jerusalem), 호함(Hoham, king of Hebron), 비람(Piram, king of Jarmuth)), 야비아(Japhia, king of Lachish), 드빌(Debir, king of Eglon)을 찾아 그들의 목을 밟아 죽인 다음 그 시체를 나무에 매달아 모든 이스라엘병사 앞에 전시한다.
이제 남은 적(適)은 북 가나안 일대에 산재해 있는 산지족속들이다. 남 가나안족속의 패배를 들은 이들은 각자도생(各自圖生)으로는 이스라엘군을 대적할 수 없음을 알고 소도시 왕과 부족들이 연합군을 결성한다. 이 연합군의 중심인물은 하솔(Hazor)왕 야빈(Jabin)이다. 북 가안안부족들은 거칠고 전투적이었는데, 북남쪽의 평원지역의 마돈(Madon)의 왕, 시므론(Shimron)의 왕, 악삽(Achshaph)의 왕이 동맹하였고, 서방의 산악지대에 거주하는 부족의 왕들도 이에 적극 동조하였다. 아직 왕이 없었던 부족 가운데 아모리(Amorite)족속, 헷(Hittite)족속, 브리스(Perizzite)족속, 여부스(Jebusite)족속 그리고 헤르몬산 기슭에 거주하는 히위(Hivite)족속이 이 동맹군에 추가로 가담하였다. 북 가나안 연합군은 메롬(Merom)물가를 거점으로 정하고 모든 병력을 그 일대에 집결시켰다.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전투대기지점이다. 병사들의 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빼곡하다. 적이 메롬에 집결되어 있음을 정탐병으로부터 보고 후, 여호수아는 즉각 군대를 이끌고 길갈로부터 28km북쪽지점에 위치한 메롬을 향하여 밤중에 급속행군하였다. 동틀 무렵, 메론 평야가 아래로 보이는 고지에 도착, 즉시 병력을 산개시키고 매복하게 했다. 적진을 관측해보니, 수많은 전차(Chariot)가 한 장소에 질서정연히 정열되어있고, 그것을 견인할 엄청난 수의 말들이 임시로 만든 마굿간에 묶여있다.
적에 비하여 병력과 정비면에서 턱없이 열세이므로 정면공격으로선 승산이 없다. 여호수아는 수개의 습격조를 편성했다. 이들로 하여금, 적진으로 은밀하게 침투하여 묶여있는 말들의 아킬레스건을 모조리 끊게 하고, 불을 내어 모든 전차를 불태우게 하였다. 명령하달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들 습격조는 기민하고도 내밀하게 적진으로 잠입했다. 적의 군영내 마굿간에 진입, 일사천리로 모든 군마를 불용처리하였다. 이어서 밀집되어 정차된 전차에 불을 놓자, 때마침 불어온 강풍에 휩쓸여 불이 적의 숙영지 막사에 옮겨붙었다. 적진이 일순간 아수라장이 되었다. 심지어, 어둠과 혼돈으로 인해 피아(彼我)를 구분이 불가능하자, 적진의 동맹국사이에 치고 싸우는 대살육이 일어났다.
고지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여호수아가 총공격 명령을 내린다. 모든 보병과 창병이 일제히 공격하여 사분오열된 적을 큰 희생없이 전멸시켰다. 여호수아는 가나안 전쟁 종식의 상징으로, 북 가나안 동맹군의 총사령관이었던 하솔왕을 사로잡아 그의 목을 치고, 나머지 모든 부족의 왕과 잔여세력도 처단하였다.
이스라엘의 가나안 정복전쟁을 분석해보면, 이스라엘군의 야전전술은 다음과 같은 요소들로 나눌 수 있다. 척후병을 활용한 정보수집, 전장선택권 유지, 소규모 부대의 유기적 움직임, 이를 바탕으로 한 포위섬멸전, 각종 기만전술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모든 용사들의 마음에 새겨있는 전쟁을 이기게 하시는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하신다’는 강인한 ‘믿음’이었다.
가나안 정복전쟁 기간 중, 여호수아에게 정복되고 죽임을 당한 왕은 여리고왕을 포함하여 총 33명이었다. 하지만, 전쟁이 종료된 후, 가나안땅에는 아직도 정복되지 않은 30여 부족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었다. 그 중 블레셋족속(Philistines)이라 불리우는 가사족(Gazathites), 아스돗족(Ashdothites), 아스글론족(Ashkelonites), 그리고 에그론족(Ekronites)은, 향후 바벨론에 의하여 멸망하기 전까지 두고두고 이스라엘의 옆구리에 가시같은 존재가 된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님의 섭리였다. 남겨둔 이 족속들을 통하여 이스라엘자손들을 시험하여 그들의 조상이 받은 하나님의 계명을 이스라엘백성이 지켜 행하는지 아니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하나님의 계획’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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