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석 | 진통제 좀 먹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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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치료를 처음 시작하고 초기 한달 정도는 참 힘이 듭니다. 혀를 비롯한 잇몸 등등 입안의 구조물들은 상당히 예민한 감각 신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밥 먹다가 이 사이에 고기 한 점이 끼기만 해도 얼마나 불편한지 잘 아실 겁니다. 그렇게 민감한 입 안에 교정용 브라켓과 철사를 꽉 채우고 담고 있으려니 여간 불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입 안의 피부가 헐고 찔리는 것도 고역입니다. 치아 하나 하나는 교정기를 붙인 이후로 살짝 건들기만 해도 뒷골이 쭈뼛하게 통증이 오곤 합니다. 진통제라도 한줌 집어 먹고 싶은 생각이 왜 안 들겠습니까?
언젠가 다른 칼럼에서 언급한 적이 있지만, 교정치료를 통한 치아의 이동은 그 기본 베이스가 바로 ‘염증 반응’입니다. 치아에 외부에서 가해지는 자극, 즉 힘이 가해지면 치아 주변의 세포들이 반응을 해서 주변 구조를 변화시키는데, 이 변화의 과정이 우리 몸에 염증이 생겼을 때의 반응과 매우 유사합니다.
이렇게 염증이 생겼을 때 우리가 가장 흔하게 느끼는 반응이 무엇일까요?  바로 ‘통증’ 입니다. 그래서 교정치료와 통증은 뗄래야 뗄 수가 없는 관계입니다.  
조금 더 전문적인 지식으로 들어가자면, 이 염증 반응에는 여러 가지 체내의 물질들이 관계가 되고 복잡 다단한 반응들이 순차적으로 일어나게 되는데, 이런 체내 물질 중에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이라고 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녀석이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염증이 생기면 이 녀석이 통증을 일으키기도 하고, 이 녀석이 없으면 더 이상 염증 반응이 진행이 안될 정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Aspirin, Advil, Motrin, Aleve 등등 여러분이 알고 계신 대부분의 진통제는 바로 이 프로스타글란딘이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것을 억제하는 약물입니다. 
한국말로 이들을 소염진통제라 부르는데 풀어서 설명하면, ‘염증을 억제하고 통증을 줄이는 약’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교정치료 받으면서 생긴 통증을 줄이고자 진통제를 먹는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교정치료의 진행을 방해하는 약물을 투여하는 셈이 됩니다. 통증은 줄어들겠지만 치아가 움직이기 위한 ‘염증반응’을 억제하니까요.  
하지만 다행인 것은 적은 양을 한 두 번 너무 힘들 때 먹는 정도로는 크게 영향이 없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처음 교정기를 붙이고 하루 이틀, 매달 체크업 가서 장치를 조이고 온 날 등등 통증이 유난히 심한 날은 진통제를 조금 드셔도 괜찮습니다. 
다만, 평소에 만성 두통이나 관절염 등등의 만성 염증으로 이런 소염진통제를 장기적으로 복용하시는 분들은 교정치료의 진행에 상당한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담당 의사와 상의하셔서 치료 약물을 조절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굳이 진통제를 드셔야 한다면 타이레놀(Tyrenol)을 복용하실 것을 추천합니다. 타이레놀은 특이하게도 통증을 줄이는 방식이, 염증이 생긴 그 부위에서 염증을 줄여서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중추신경 수준, 즉 우리 머리 속에서 통증을 덜 느끼도록 해주는 약물이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다른 몇가지 약물들이 교정치료를 더디게 할 수 있는데, 항우울제, 항부정맥 약물 등등이 이에 속합니다. 중요한 것은, 교정치료를 받으실 경우 담당 의사에게 현재 본인이 주기적으로 복용하고 있는 약물이 있는지를 잘 알리는 것입니다. 
생각지 못하게 여러분이 복용하는 약들 때문에 교정치료가 진행이 안 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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