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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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이면 매년 혼자 있는 외로운 사람들을 집에 초대하여 만찬을 한 지가 올해로 십 년이 되었다. 이들은 거의 한국이나 타주에서 온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이다. 그런데 올해는 이 주간에 타주에서 목회하는 남편 후배 목사 가족을 초청하여 우리 집에서 3박 4일을 보냈다. 이민교회 담임목사로서 소명을 감당하고 있는 후배들을 위로하고 격려해 주고 싶어하는 남편의 제안으로 이들을 초대하여 최선으로 섬겼다. 이들 가정이 떠난 날이 추수감사절이었다. 두 가정을 모두 보내고 추수감사절 만찬을 위해 음식 준비를 대충 마치고 좀 쉬려고 하니 초인종이 울린다. 두 집사님이 마치 하나님이 보낸 천사마냥 문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반갑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딱 30분만 좀 쉬려고 했는데 하필이면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들의 마음이 얼마나 이쁜지 피곤한 몸을 잊고 그들과 만찬을 준비했다. 밥 솥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오븐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솔솔 피어날쯤 문이 열리면서 한 사람 한 사람 모여 들었다. 대략 백여 명이 왔다.  

한어권 학생들은 모여서 윷놀이를 하고 영어권 학생들은 카드놀이를 하였다. 삼삼오오 그룹을 이루어 이야기 꽃을 피우다가 밤이 깊어지자 왁자지껄하던 집안은 서서히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포근한 백열등 아래 남편과 함께 청소를 끝낸 후 대학생들이 두고 간 감사카드를 읽었다. 그 중에 한 학생의 글이 유독 마음에 와 닿았다. 

“목사님, 사모님 매번 집에서 불쌍하게 밥 같지도 않은 밥 먹는데 목사님 사모님 덕에 이렇게 따뜻하고 맛있는 집밥을 먹네요. 너무 너무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이 글을 읽는데 눈물이 핑 돌며 그날의 모든 피로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마음이 담긴 한 문장의 글이 얼마나 사람을 위로할 수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남을 섬긴다는 것은 육체적 피로를 가중시키지만 그에 비견할 수 없는 내면의 행복이 따르는 것 같다. 그래서 섬기는지도 모르겠다.
참으로 아름다운 한 사람이 있다. 그녀는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일을 하며 사는 분이다. 돈이 없어도 평생 나누며 살았고 이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른다고 말하곤 한다. 어느 날 강단 꽃꽂이를 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광고를 듣고 꽃꽂이를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는데도 너무나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신청을 했다. 교회에 꽃꽂이 비용으로 책정된 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비로 매주 예쁜 화분으로 강단을 장식하다가 어느 날 화병에 백합 한 다발, 장미 한 다발, 국화 한 다발의 꽃을 꽂고 “하나님 저는  이렇게밖에 꽂지 못해요. 좀 못 생겼어도 하나님 이쁘게 받아 주세요.”라고 기도했더니 하나님이 기쁘게 받으시는 느낌이 들었다고 하시면서 눈시울을 붉히는 그녀를 보는데 얼마나 그 영혼이 투명하고 진솔한지 너무도 귀해 보이는 그녀를 와락 안고 간절히 기도를 해 주었다. 섬김은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임을 그녀는 말해 주었다.

남을 섬기며 산다는 것은 또 다른 행복이다. 나의 감정을 뛰어넘어 섬김을 선택하며 살 때 인생은 성숙의 단계로 도약하는 듯하다. 사람은 모두가 저마다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이민 사회에는 어찌 보면 이러한 고독함이 더 진하게 묻어나는 것 같다. 언어적,문화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생경한 이방 문화 속에 살기 때문에 한인들과의 좋은 관계는 더욱 절실해 보인다.

2015년도 이제 달력 한 장을 남겨두고 있다. 섬기며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섬김은 서로를 배려함에서 오는 따뜻한 말 한마디로도 할 수 있고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 격려의 전화 한 통화로도 할 수 있다.  기온은 떨어져 옷깃을 여미게 하는 겨울이지만 나눔의 행복으로 훈훈한 온정이 있는 12월이 되었으면 좋겠다.  

허양희 사모
어스틴 주님의 교회
‘사모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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