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 … 텍사스 ‘오픈 캐리’ 1월 1일 발효 “허리에 차고, 어깨에 메고”, 총기면허 있으면 공개적으로 총기 소지 … 비즈니스 업계, ‘오픈 캐리’ 실행 두고 고심

‘오픈 캐리’ 허용 여부는 전적으로 업주의 판단, 총기소지 원치 않으면 ‘no guns’ 사인 붙여야 … 경찰, 911신고 급증할 것으로 예상

공공장소에서 총기를 공개적으로 소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이른바 ‘오픈 캐리’ 법이 텍사스 전역에서 올 1월 1일(금)부터 실행된 가운데 비즈니스 업계 및 시민사회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오픈 캐리’는 기존의 은닉총기(concealed weapon) 면허를 소지한 사람이 총기를 사람들의 눈에 보이게 허리에 차거나 어깨에 메고 다닐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이다.

총기를 공개적으로 휴대하려면 여전히 은닉총기 면허를 소지해야 하는데, 연령이 최소 21세여야 하고 범죄 및 정신병 기록이 없어야 한다. 총기면허 교육을 이수하고 사격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것도 예전과 같다.

총기면허를 소지하고 있다고 아무 곳에서나 총기를 공개적으로, 혹은 은닉해서 휴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레스토랑, 그로서리, 교회, 민영 박물관, 병원 등 사유지에 ‘no guns’ 사인을 붙이면 총기를 휴대하고 입장할 수 없다. 사인 대신 구두로 총기소지를 금지해도 유효하다.

텍사스는 은닉 총기휴대법이 제정된 1990년대 중반부터 총기휴대가 가능한 장소를 세부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보편적으로 총기면허 소지자들은 주정부 및 지방자치정부가 소유하거나 임대한 장소에서 총기를 휴대할 수 있다. 단, 학교와 법원, 구치소 등은 예외다.

◎ ‘와일드 웨스트’ 재현 되나

‘오픈 캐리’ 실행에 대한 전망은 다양하지만, 옛 서부시대의 ‘와일드 웨스트’가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주가 총기권리를 지지한다고 해서 반드시 고객들의 총기휴대를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달라스 모닝뉴스는 열렬한 총기권리 지지자인 레스토랑 업주 잭 퍼킨스(Jack Perkins) 씨를 소개하고 이 같은 여론을 전했다.

퍼킨스 씨는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은닉 및 공개 총기휴대를 금지할 방침이다. 총기휴대에 익숙지 않은 고객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바비큐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퍼킨스 씨는 달라스 모닝뉴스 인터뷰에서 “총기휴대로 인해 고객들이 불편해 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며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총기휴대를 금지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퍼킨스 씨와 달리 총기에 익숙지 않은 업주들은 더더욱 고객들의 총기휴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해리하인즈에서 액세서리 도매상을 운영하고 있는 한인 업주 조 모씨는 본지 인터뷰에서 “총기를 공개적으로 휴대할 수 있다니,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운을 떼고 “군 제대 이후 총을 잡아본 적도 없는 나로서는 내 사업장에서 고객이 총을 메고 돌아다닌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업소 내 총기휴대 승인 여부는 전적으로 업주의 결정으로, ‘오픈 캐리’ 방침에 대한 비즈니스 업계의 반응은 다양하다. 일부 업체들은 총기 공개휴대와 은닉휴대를 모두 허용할 방침인 반면, 은닉휴대만 허용하거나 공개휴대와 은닉휴대 모두 금지하겠다는 업체들도 있다.

달라스 모닝뉴스가 소매점, 교회, 박물관 등 25곳의 업체를 대상으로 ‘오픈 캐리’와 관련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다수의 업체들이 평상시처럼 총기의 은닉휴대는 물론, 공개휴대 역시 금지할 방침이라고 반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AMC극장, 홀푸드 슈퍼마켓, 네셔 미술박물관(Nasher Sculpture Center) 등은 이미 은닉휴대를 금지하고 있으며, 공개휴대도 금지할 방침이다. 크로거, 홈디포, 베스프로(Bass Pro) 등은 이미 텍사스 매장에서 은닉휴대를 허용하고 있는 업체들로, 공개휴대도 허용할 방침이다.

◎ 텍사스, 미국서 45번째로 권총 공개휴대 허용

남북전쟁 직후부터 공개적인 권총 소지를 금지해온 텍사스는 미국에서 45번째로 권총의 공개휴대를 허용한 주다.

텍사스의 ‘오픈 캐리’ 법안에는 원래 ‘no-stop’ 조항이 포함됐었다. 이 조항은 총기를 공개적으로 소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이 총기 소지자에게 총기면허를 보여달라고 요구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항이 주정부의 ‘민병 유지 권리’를 보장한 미 헌법 수정 제2조에 위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최종 법안에서 제외됐다.

이 조항이 삭제되기는 했지만, 텍사스 내 경찰당국에서는 총기 소지자에게 총기면허를 요구했다가 자칫 위헌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기운이 돌고 있는 것도 사실. 더욱이 이러한 분위기가 무면허 총기소지자를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오픈 캐리’ 법안이 텍사스 주의회에서 한창 논의 될 때만 해도 일부에서 면허 없이도 총기를 소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지지를 얻지 못했다.

텍사스에는 약 925,000명이 은닉 권총 면허를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령 21세 이상 인구의 5%에 해당하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