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하고 파이낸싱 분야에서 일하는 큰 애를 이젠 일년에 한번,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휴가 때 보게 되니 공항에서 픽업하는 첫 날부터 시간을 묶어 두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혹독하게 추운 겨울을 몇 해 겪어보고도 여전히 뉴욕 주가 좋다니 12월에 뉴욕 북부에서 태어난 아이가 맞다. 달라스에서 태어난 둘째는 졸업 후 맘에 드는 직장을 달라스에서 구하게 된다면 부모 곁에서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니 두 자매가 어찌 이리 다른 건지. 여전히 탐보이 같은 첫째나 천상 여자인 둘째나 우리집 막내에게는 하늘 같은 존재다.
나는 막내에게 누나들이 얼마나 공부를 잘했는지, 바이올린이나 디베이트를 또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늘 말해주는데 누나들이 오면 언제 그런 소리를 들었냐는 듯 딴 소리를 한다. 큰 누나를 보자 마자 경의감을 잔뜩 품은 목소리로 어떻게 올스테이트에서 1등을 할 수 있었냐고 묻는 식이다. 이미 다 아는 데 일부러 누나의 마음을 끌고 싶어서인 것 같다. 아니면 자신은 아직 한번도 해보지 못한 올스테이트를 4년 내내 했던 누나가 이제 바이올린을 안하는 게 의아해서일 수도.
첫째의 답은 간단하다. “올스테이트 그런 건 아무 것도 아냐. 나 봐라. 이제 바이올린 잡을 생각조차 안 나는 거 보면.” 그러더니 갑자기 너는 부모가 원하는 것이 아닌 네가 즐기고 평생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찾아라, 사람은 누구나 열정적으로 하고 싶은 게 하나씩은 있는데 그걸 찾아 개발해라, 이런 충고만 한다.
그러면서 첫째는 직장에서 만난 두 친구의 이야기를 해준다. 한 친구는 부모가 다 심장전문의라 어려서부터 유모 손에 키워져 자기는 절대 의사는 되지 않겠다고 전공도 파이낸싱 쪽으로 하고 직장도 그에 따라 왔는데 얼마 전부터 자기 안에 의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숨겨져 있다는 걸 알았단다. 전혀 그 쪽으로 수업도 듣지 않고, 준비도 안 돼 있었기에 올해 지원한 의대에선 다 불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알았기에 낙심이 안 된단다. 평생을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 수 있다 생각하면 1, 2년 기다림은 아무 것도 아니라며.
또 한 친구는 정반대다. 의대를 다니다가 적성에 안 맞는다는 이유로 그만두고 파이낸싱 분야에서 일을 하는데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성격에 이 일이 딱 맞는다며 행복하게 지낸다고 한다.
그러면서 첫째는 자기도 뒤늦게 뭘 정말 잘하고 좋아하는지 찾았단다. 그러더니 생각지도 못한 스포츠 이야기를 꺼낸다. 그것도 다른 구기 종목이 아닌 마라톤이란다. 대학 졸업 후 시작한 마라톤을 거의 매 주말마다 하고 있는 큰 애를 보며 저걸 정말 재밌어서 하나 궁금했는데 정말 재밌단다. 두 달 후에 있을 10마일 마라톤에 대비해 추위에도 뛸 수 있는 체력이 돼야 한다고 먹고, 입는 것도 단련하고 있다. 풋볼 경기 보러 비행기 타고 다른 도시까지 가고 겨울이면 스키장에서 사는 걸 보며 주중에 일에 치이다 보니 주말엔 저리 되나보다 했더니 어느새 스포츠 매니아가 돼있었다.
아이들의 변화를 보니 대학에 가서 한번 크게 바뀌고 또 사회인이 되면서 또 다른 변화를 겪게 되는 것 같다. 대학에선 삶이 치열하게 투쟁해서 쟁취되는 것이라 한다면 졸업 후 사회인이 된 지금 첫째는 일과 취미 생활의 즐거움의 균형을 찾아가는 길로 인식되는 것 같다.
조기 지원부터 정시 지원까지 대입의 한 가운데 서 있는 12학년들과 앞으로 남은 12월과 1월 시험에서 원하는 성적을 얻어 SAT 시험을 끝내려는 11학년, 그리고 개정 SAT로 가기 전 이번 시험으로 끝낼 수도 있는 준비된 10학년에게 일과 취미 생활의 균형은 먼 이웃 이야기다.
SAT 모의 고사 본다고 계산기랑 연필을 챙기는 막내를 보며 큰 애는 웃지만 지금 그렇게 여유있게 웃을 수 있는 본인도 이 시절을 지나왔다는 걸 생각하며 나는 또 웃는다. 이 순간은 오늘 본 모의 SAT 시험 결과를 보며 분석하는 게 내겐 최고의 즐거움이다. 10월 시험으로 2390점을 찍은 J양이 빠진 후로 이번 시험 결과도 세 영역에서 다 최고점을 내 준 학생이 없어 아쉽지만.
그래도 K군이 독해에서 800점, B군, K군, R 군이 수학에서 800점, 라이팅만 800점이 안 나오고 최고점이 인도 학생 A군이 710점을 받았다.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두번 모의 SAT 시험을 보기로 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다음 시험에선 라이팅에서 800점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특이하게 매년 라이팅에서도 800점이 나오는데 올해는 아직 만점이 없다. 최소한 SAT 시험에서 하이 2300점대를 기대하는 학생이라면 시중에 나와 있는 칼리지 보드, 프린스턴 리뷰, 카플란 책에서 나오는 문제 정도면 하나도 틀리지 말아야 하는데 아직도 이 세 책에서 낸 문제인데도 틀리는 걸 보면 PSAT 준비 때문에 몇 개월을 개정 라이팅을 준비한 영향인지 당황스럽다. 독해와 수학은 의외로 점수가 높은데 말이다.
졸업한 선배들과 비교해 볼 때도 홈웍 테스트의 라이팅 점수가 낮은 편이었는데 이번 모의 SAT 시험에서도 독해나 수학보다 라이팅 평균이 낮은 걸 보니 우려했던 바가 나타난 것 같다. 미들 스쿨 학생들 같으면 시험을 앞둔 1, 2주 전에는 매일 약한 섹션을 집중적으로 풀어 보라 하겠는데 하이스쿨 11학년이 얼마나 바쁜지 알기에 집에서 매일 연습을 해달라는 내 부탁이 가능할지 싶다. 여름방학 때 미리 열심히 공부해 두었다면 다시 한번 틀린 문제만 리뷰해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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