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델의 Hello, 가슴 깊은 곳에서 불러보는 화해 - 이준열 편집국장


추수감사절 기간에 기적이 일어났다. ‘아델의 기적’이다. ‘아델의 신드롬’이라고도 불리는 이 기적은 그녀가 부른 노래로 일어났다. 영국 여성 싱어송라이터로서, 아직 20대인 그녀가 3집 ‘25’를 내놓자 세계는 열광했다.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앨범계에 새로운 활력과 희망을 불어 넣었다고 찬사가 이어진다. 
기록만으로 보면 진짜 놀랍다. 3집 앨범 발매 전 선공개한 노래 ‘Hello’는 이미 각종 음원차트 1위로 몇주째 올킬이다. 무려 세계 120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니 그 뜨거운 인기는 실감이 간다. Hello가 실린 3집 ‘25’도 미국에서 발매 첫 주에만 340만장이 팔렸다. 이는 미국 앨범 판매 사상 역대 최고 기록이다. 이전에 그룹 엔싱크가 세운 최고기록이 240만장이었으니 비교 불가다.  
영국에서도 발매 첫 주에 80만장이 팔려 신기록을 세웠는데, 2위부터 87위까지의 앨범 판매량을 다 합친 것보다 많다니 과연 ‘올킬’이다. Hello의 음원 판매도 첫 주에 100만건을 넘어서 이 분야 신기록이고, 유튜브에서는 이미 5억 뷰가 넘어서 싸이의 강남스타일보다 3배 가량 빠른 속도란다. 
아델의 기적은 세계 가요사에 있어서 큰 의미를 갖는다. 완전 침체기에 빠진 앨범 시장에서의 뚝심이 이뤄낸 승리가 그 첫째다. 인터넷에서 음악을 실시간 재생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돈을 내고 음원을 다운받게 하거나 직접 매장에서 앨범을 구매하게 한 고집이 먹혀들었다는 것. 무분별한 무료 음원 제공으로 음악인들이 자신들의 가치를 스스로 갉아먹던 상황에서 제대로 가치를 지불해야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겠다는 예술인의 자세가 활력을 잃었던 음반 시장에서 기적 사례로 등극했다. 
순수하게 실력으로 거둔 진정한 음악이라는 점이 또 다른 승리다. 여성 가수에 대해 외모나 춤, 아니면 아이돌이라는 어린 나이에 의존하던 현 세태에서 오히려 평범한 외모에 풍만한 몸집을 가진, 춤이나 다른 기교 없이 오직 목소리와 노래 가사로 순수하게 승부하는 그녀 음악이 거둔 승리인 셈이다. 나는 ‘눈을 위한 음악’을 만드는 게 아니라 ‘귀를 위한 음악’을 만든다고 말하며 그녀 신체 사이즈를 물고 늘어지던 여론에 개의치 않던 그녀였다. 그게 더 아름답다. 사실 아델은 3년전 2집 ‘21’로도 그 역량을 인정받았다. 그래미상, 빌보드 뮤직 어워드 상을 싹쓸이하며 팝송계 독보적인 존재로 올라서 있었다. 
무엇이 그녀 노래에 열광하며 빠져들게 할까. 폭발적인 가창력, 깊고 감성적인 특유의 목소리, 이별의 아픔과 옛사랑에 대한 그리움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사가 모든 연령대로부터 사랑받게 만든 비결이다. 2집 대표곡 ‘Someone Like You’에서 헤어진 사랑에게 이별을 고하는 절절함은, 실황 공연에서 관객들이 다 따라부르며 눈물의 도가니에 빠져들게 한 감동적인 영상을 보면 이해가 간다. 
그렇게 이별의 노래로 사람의 심장을 후벼파더니 3년만에 다시 ‘Hello’로 이젠 ‘화해’를 노래한 것이다. ‘내가 한 모든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며 헤어진 연인을 멀리서 속삭이듯 불러대 읊조리는 노래다. 어쩌면 헤어진 사랑을 포기하지 못한 ‘미련의 연가’일 듯 싶지만 아델이 부르니 클래식 수준의 명곡으로 바뀐 것이다. 듣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를 향해 ‘Hello’라고 불러보고 싶게 만드는 노래. 
비욘세마저도 아델의 노래는 종교적 영감이 배겨 있다고 평했다. 그녀 노래를 들으면 온몸에 전율이 전해진다면서다. 노래면 노래, 가사면 가사, 목소리면 목소리, 그 모든 게 ‘살아있네’라고 감탄케 한다. 
이전에 라틴 아메리카에서 ‘새로운 노래’라는 ‘누에바 깐시온 운동’에서 ‘노래없는 혁명이란 있을 수 없다’는 슬로건이 있었다. 음악을 한다는 것이 곧 사회 약자와 고독한 자들, 힘들어 하는 이들을 위한 발언을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는 뜻이다. 한국의 아리랑과 같다. ‘기차는 8시에 떠나네’에서 가슴에 칼을 품고 안개 속에서 시계를 주시하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연인 투사를 위한 노래와 같은 것이다.  
노래는 힘이 있다. 좋은 음악, 영감있는 음악이면 더 그렇다. 연말이어서인지 달라스 한인사회에 음악 공연이 봇물 터졌다. 클래식 음악회는 물론, 대형 교회 공연, CCM 공연, 연말 합창제들이 준비됐다. 어느 주말은 아예 몇개 음악 공연이 줄 서 있다.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 모든 공연에서, 노래에서 아델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말이다. ‘화해’를 위한 깊숙한 울림을, 새해를 위한 희망가를 듣는다면 말이다. 
<이준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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