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단상: ‘감사는 역설입니다’_이기욱 목사 사랑에 빚진 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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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있었던 이야기 입니다. 어느 날 제게 모르는 번호의 전화 한 통이 걸려 왔습니다. 혹시 교회를 찾는 분이 아닌가 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는데, 대뜸 ‘목사님~ 너무 늦게 전화 드려 죄송합니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목사님 정말 감사했습니다. 나중에 한 번 찾아 뵙고 정식으로 인사 드리겠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하는 겁니다. 누구신가 기억을 더듬어보니 그 분이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제가 나름대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열심히 도와드린 분 중의 한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정착하고 나서는 얼마 못 가서 교회를 떠나셨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한참 지난 그 때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목사님~ 그 때는 진짜 몰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은 알겠습니다.” 제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다고 하니까 “감사지요. 감사~ 이제야 조금 알았습니다.” 
그 분 하시는 이야기가 이제 미국 생활이 조금 익숙해지고 편해지다 보니 주위가 보이기 시작하더라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한 두 사람 눈에 띄고, 그래서 옛 생각이 나서 나름대로 열심히 그 분들을 도와 주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나름 열심히 도와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이 감사는커녕 나중에는 불평만 하고 심지어는 인사도 없이 연락이 끊어졌다는 거에요. 시간이며, 돈이며, 여러 가지 많은 것을 희생하며 도와주었는데, 고마움은 고사하고… 너무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서 ‘다시는 사람들 도와주나 바라’ 하고 마음 먹었는데, 갑자기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자기를 도와 주던 제가 생각이 났다는 겁니다. 돌이켜보니 자신도 목사님께 감사한 적이 없었다는 거지요. 오히려 자기 뜻대로 안 해주는 것 같아서 불평하고 그랬다는 겁니다. 아~ 그 때의 자신의 모습을 돌이켜 보니 너무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 들더라는 거에요. 그래서 용기 내서 사과도 하고, 감사도 하고 싶어서 전화를 했다는 겁니다.
사실, 사람에게 감사의 말을 들으려고 기대하면 반드시 실망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결국 자신의 삶이 지치고 메마르고 힘들어 지게 되겠지요. 분명한 것은 감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감사는 결국에는 깨닫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은혜를 받아도 은혜를 받은 줄 모르고 살아갑니다. 더 나아가 은혜를 받고도 깨닫지 못해 오히려 불평하고 원망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돌이켜보지 않으니 깨달음이 없고, 깨달음이 없다 보니 감사할 수 없는 것이지요. 감사는 결국 받은 은혜에 대한 깨달음입니다.
그래서 감사는 역설일 수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감사할 수 없는 환경에서도 깨달음이 있으면 감사할 수 있다는 겁니다. 환경적으로 받은 것이 많아서 감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받은 것이 적어도 깨달음이 클 때 감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을 보고 감사했다면 사람을 보고 실망하게 됩니다. 있다고 감사했다면 없을 때 원망하게 됩니다. 병 나았다고 감사했다면 다시 아프면 원망할 것입니다. 사업이 잘 되었다고 감사했다면 그 사업이 어려워 질 때 분명히 원망이 있을 겁니다. 상대적인 감사가 아닌 깨달음의 감사가 진정한 감사가 됩니다. 
11월은 감사의 계절입니다. 지난날의 은혜를 깨닫는 것은 오늘의 감사를 위한 겁니다. 또한 오늘의 감사는 내일의 또 다른 감사를 누릴 수 있는 은혜입니다. 우리 모두 감사를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감사를 표현하며 살아야겠습니다. 노래 부르는 자에게는 언제나 곡조가 있듯이 감사하는 자에게는 언제나 은혜가 있습니다. 

이기욱 목사
사랑에 빚진 교회 담임
817-966-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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