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칼럼: 마음의 여유를 선물하는 행복버스_박은아 사모 그리스도연합감리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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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날 아침. 75번 버스는 여느 때처럼 사람들을 태우고 시내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학교로, 시청으로, 은행으로, 병원으로 바삐 가고 있었지요. 그런데 창 밖을 보니, 차들은 사라지고 파릇파릇 나무들이 보여요. 사람들은 버스가 나무숲을 달리는 줄도 몰랐지요. 모두 다른 것을 보고 있었으니까요. 갑자기 맨 끝자리 의사선생님이 말했어요. “어! 이보시오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거요? 당장 멈춰요 당장.” 다른 사람들도 창 밖을 보기 시작했어요. 
“여긴 시내가 아니잖아. 학교에서 아이들이 기다려요. 빨리 시내로 가주세요.” “난 9시까지 법정 앞에 가야 해요. 오늘 중요한 재판이 있어요.” 시청공무원, 학교 선생님, 은행 직원 등 모두 안절부절 못하며 큰소리로 외쳤죠. 그때 시계는 막 8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어요.
마침내 버스가 멈추었어요. 부릉부릉 버스소리가 멈추자 지지배배 산 새 소리가 들렸어요. “어머 저길 봐요. 봄 꽃이 피었어요.” 백화점 점원이 얼굴 가득 미소를 띠며 말했어요. 그리고 가슴을 열어 숨을 크게 들이시며 봄 꽃 향기를 맡았지요. ‘10년 만에 맡아보는 봄 꽃 향기가 
정말 향긋하구나’ “어서 와보세요. 봄 꽃이 정말 아름다워요.” 점원이 손짓하자 한 사람 두 사람 버스에서 내리기 시작했지요. 하지만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들이었지요. 
톡톡톡 딱따구리 소리가 들리고, 파릇파릇 나무향기 가득한 숲 속 들판에 내려서자 사람들은 크게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어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봄 꽃을 따러 다녔어요. 어느새 얼굴에선 걱정이 사라지고 미소가 가득했지요. 시청공무원은 봄 꽃을 따서 단추 구멍에 넣었어요. 은행직원은 다람쥐가 노는 모습을 보고 있었지요. 의사 선생님은 아직 익지 않은 딸기를 따고 외쳤어요. “딸기는 내가 발견했으니 아무도 손대지 마세요. 딸기가 다 익으면 와서 먹을거요.” 하며 딸기 옆에 이름표를 붙였어요. 선생님은 나무 옆에 앉아 아이들에게 읽어 줄 이야기를 찾았어요. 시청 공무원들은 신문을 돌돌 말아서 신나게 공놀이를 했지요. 마치 어린아이들처럼 들떠서 소리를 지르기도 했어요.
버스기사와 안내원은 파릇파릇 풀밭에 자리를 깔고 편안하게 앉았어요. 마치 소풍 온 사람들처럼 음식과 물을 꺼내어 먹기 시작했지요. 모두가 한가롭게 따뜻한 봄날을 즐겼습니다. 
어느새 버스가 부르릉하고 다시 소리를 냅니다. ‘벌써 출발하려는 건가? 이제 막 즐거워지려 하는데 말이야..’ 사람들은 버스에 타려고 달렸어요. 백화점 직원은 봄 꽃을 한 가득 땄지요. “우린 분명히 늦을 거야. 지금 몇 시인가요?” 모두 다시 걱정스럽고, 불만스럽게 말했지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놀랍게도 시계는 아직도 8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어요. 틀림없이 따뜻한 봄날을 신나게 보냈는데, 시간은 조금도 흐르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다시 행복한 표정이 되었어요. 부릉부릉 버스가 움직이자 곧 다시 창 밖으로 자동차가 보이고 복잡한 건물들이 보였어요. 백화점 직원의 꽃다발로 버스 안에는 아직 봄 향기가 가득해요. 
창 밖으로 봄 향기가 멀리 멀리 퍼져나가고 있어요. 버스 안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여요. 따뜻한 봄날 버스 안 사람들은 마음의 여유를 선물로 받았어요. 부릉부릉 75번 버스가 다시 시내를 달리고 있어요. 
이탈리아 동화작가 잔니 로다리의 ‘마음의 여유를 선물하는 행복버스’라는 동화 속 이야기입니다. 감사절을 맞아 지난 한 해를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뒤돌아보니 어느덧 올 해도 한달 남짓 밖에 남지 않았네요. 동화 속 사람들처럼 바쁜 일상 속에서 여유도 감사도 잃어버리고 지난 시간들이 떠오릅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들려오는 전쟁과 아픔의 소식이 우리를 슬프게 하고, 때로는 가까운 이웃이 경험하는 아픔의 소식, 가정과 사업과 학교와 사회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의 시간들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지난 한 해의 감사의 제목들을 적어보았습니다. 돌아보니 그냥 지나간 무수한 감사의 제목들이 제 한 해의 삶을 뒤덮고 있었지요. 숲 속에서 마시는 듯한 맑은 공기가 제 마음 한 가득 들어오는 것 같은 감격이 밀려왔습니다. 
우리의 삶의 현장이 치열할지라도 오늘 잠시 일상의 문제들을 내려놓고, 감사의 제목들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감사를 하나님께 올려 드릴 때 하늘로부터 전해지는 치유와 생명의 공기가 우리의 마음에 채워질 것입니다.  
  <감사로 제사를 드리는 자가 나를 영화롭게 하나니 그의 행위를 옳게 하는 자에게 내가 하나님의 구원을 보이리라. 시편 50:23>

박은아 사모
그리스도연합감리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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