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스 한인사회의 2015년 끝자락이 40년 이민역사에 기리 남을 감동과 추억의 선율로 장식될 전망이다.
내년 5월 15일로 창립 35주년을 맞는 달라스 중앙연합감리교회(담임목사 이성철)가 종교를 초월해 특별한 음악회를 기획한 것.
중앙연합감리교회는 지난 35년간 경험한 교회의 성장과 발전을 오롯이 ‘하나님의 은혜’로 돌리면서도, 달라스 한인사회의 사랑과 관심 없이는 모든 게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취지에서 동포사회에 감사의 뜻을 전하기로 결정했다.
‘걸작’(Masterpiece)으로 명명된 열린 음악회는 동포사회를 향한 중앙연합감리교회의 이 같은 감사의 뜻이 담긴 것으로, 종교색을 완전히 뺀 대중을 위한 음악 공연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앙연합감리교회의 ‘자존심’을 걸고 야심 차게 기획된 ‘걸작’에는 60여 명의 자타 공인 실력파 뮤지션들이 총출동해 재즈, 팝, 대중가요, 오페라, 뮤지컬,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감동의 무대를 만들 전망이다.
이번 공연의 제작총괄을 맡고 있는 중앙연합감리교회 황철현 장로와 기획을 맡고 있는 임미라 사모는 지난달 30일(월) 본지 인터뷰를 통해 ‘걸작’의 세부사항을 소개했다.
◎ 종교색 빠진 ‘대중을 위한’ 열린 음악회 = 한인들에게 있어 교회 창립 기념 음악회는 그다지 색다른 이벤트는 아니다. 100여 개를 훌쩍 넘는 크고 작은 한인교회들이 매년 창립 기념 음악회를 개최하고 있지만, 기독교적 요소를 탈피할 수 없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중앙연합감리교회의 이번 음악회는 종교색을 완전히 뺐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봐왔던 교회 음악회들과 다르다. 이는 창립 35주년의 감사를 하나님의 영광으로 돌리는 것과는 별도로, 동포사회에 감사의 뜻을 표현하겠다는 중앙연합감리교회 측의 뜻이 반영된 것이다.
황철현 장로는 “한인동포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음악회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며 “이번 공연은 종교를 초월해 동포사회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을 세대와 종교를 초월한 대중 음악회로 만들겠다는 기획 의도는 선곡에서부터 나타난다. 클래식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종교적 색채가 없는 곡들이 선곡됐기 때문.
이번 공연의 구성을 총괄하고 있는 임미라 사모는 “다양하고 대중성 있는 곡으로 음악회를 준비했다”며 “이번 공연은 또 하나의 교회 행사가 아닌, 종교를 초월한 대중 문화행사라는 기획 의도를 바탕으로 선곡에 신경 썼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는 재즈밴드, 오케스트라 밴드, 팝 밴드가 동원된다. 재즈밴드는 중앙연합감리교회 교인을 비롯해 외부에서 초빙된 전문 재즈 연주자들로 구성된다. 이 분야에서는 자타가 인정하는 실력파 뮤지션들이다.
외부 초청 연주자들에게는 소정의 출연료도 지급된다. 임미라 사모는 “이분들의 명성에 비하면 적은 출연료일 수 있다”고 운을 떼고 “하지만, 한인들에게 ‘좋은 것’으로 대접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연료를 지불하고 전문 재즈 뮤지션들을 초빙했다”고 설명했다.
오케스트라 밴드는 총 23명으로 구성된다. 일부 청소년 멤버를 제외한 나머지 구성원들은 음악 전공자들이다. 오케스트라 밴드에도 외부 초청 연주자들이 합류한다. 팝 밴드는 중앙연합감리교회 찬양팀이 주축을 이룬다.
◎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 = 열린 음악회 ‘걸작’은 총 100분간 진행된다. 첫 무대는 재즈 밴드 ‘제이시 재즈’(J.C. Jazz)의 순서로, 영화 ‘위플래시’(Whiplash)의 주제곡을 연주한다.
‘위플래시’는 2014년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로,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적으로 돌풍을 몰고 온 바 있다. 특히 이 곡은 SBS ‘백종원의 3대 천왕’과 KBS ‘1박 2일’에 자주 등장하는 배경음악으로, 한인들에게도 익숙한 곡이다.
임미라 사모는 “재즈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할 수 있다”며 “하지만 관객들에게 익숙한 곡을 들려줌으로써 재즈에 대한 거리감을 좁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순서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테마 곡으로, 바리톤 이제욱 씨와 소프라노 임미라 사모가 맡는다. 여주인공 크리스틴이 지하세계로 이끌려가는 장면이 몇 초간 상영된 후 이제욱∙임미라 듀오가 스포트라이트를 이어 받는다.
세 번째 순서는 최희영 피아니스트의 피아노 반주로 채미지 씨의 ‘차르다스’(Czardas) 바이올린 독주가 공연된다.
네 번째 순서인 ‘7080 메들리’에서는 트리오 ‘케이시봉’이 무대에 오른다. ‘케이시봉’은 ‘세시봉’을 패러디 한 것으로, 유원균∙오요한∙차유진 트리오가 ‘세시봉’ 히트곡 외에 70∙80년대 포크송을 통해 이민 1세대의 향수를 자극할 전망이다.
다섯 번째 순서부터는 오케스트라 밴드가 등장한다. 바리톤 김기범 씨가 가장 한국적인 곡으로 평가되는 ‘뱃노래’를 오케스트라 밴드의 연주에 맞춰 부른다.
여섯 번째 순서는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통해 잘 알려진 ‘운나 보츠 포코 파’(Una voce poco fa)로, 메조 소프라노 권진영 씨의 열창이 기대된다. 임미라 사모는 “이 곡은 소프라노와 메조 소프라노 둘 다 가능한 아리아”라고 전하고 “메조 소프라노는 전세계적으로 귀하다. 중앙연합감리교회 교인인 권진영 씨가 가장 기교 있고 화려한 이 곡을 멋지게 소화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 한인사회와 함께한 35년 = 일곱 번째 순서는 오케스트라 밴드의 영화 ‘스타워즈’ 메인 테마 곡 연주다. 이 순서에서는 달라스 한인사회의 발자취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영상이 상영된다. 90년대 달라스를 방문했던 조용필∙패티김 등의 모습부터, 현재 한인사회와 동고동락하고 있는 추신수 선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장의 사진들이 슬라이드쇼로 상영된다.
영상 컨텐츠 기획 및 수집은 임미라 사모가 직접 맡았다. 영상에는 이번 공연의 테마를 상징하는 내용이 담긴다. 88 서울 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 세월호 참사 등으로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했던 한인사회의 모습이 담긴다.
임미라 사모는 “영상에는 한인사회의 성장과정을 압축한 내용이 담긴다”고 밝히고 “영상 말미에는 이번 공연이 왜 ‘걸작’으로 명명됐는지에 대한 메시지가 포함된다. 한인사회 동포 모두가 ‘걸작’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관객들이 종교와 세대를 초월해 공감할 수 있는 순서들로 이어진다. 열 두 번째 순서인 ‘케이팝 메들리’에는 김유나∙강정빈 씨가 등장해 공연장 분위기를 고조시킬 전망이다. 김유나∙강정빈 씨는 복음성가 경연대회에서 입상한 경력을 가진 보컬리스트로, 아이유의 ‘너의 의미’, 빅뱅의 ‘붉은 노을’, 임재범의 ‘이 밤이 지나면’, 오승근의 ‘내 나이가 어때서’ 등을 부를 예정이다.
올해 5월부터 이번 공연을 준비해왔다는 임미라 사모는 “7080 메들리는 특히 이민 1세대의 향수를 자극할 무대가 될 것”이라며 “최근 한국 TV에서 복고풍의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1세대와 2세대를 아우르겠다는 이번 공연 기획 의도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의 정식 제목은 ‘걸작, 넘버 원’(Masterpiece Op. 1)이다. 중앙연합감리교회의 창립 3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공연이지만, 관객의 반응에 따라 연례 공연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사회는 한국어로 진행되지만, 외국 곡은 원어로 공연되기 때문에 다문화권 관객들도 충분히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이며,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공연 후에는 리셉션이 마련된다. 리셉션에는 간단한 다과와 공연 내용을 설명하는 ‘프로그램 노트’도 마련된다. 중앙연합감리교회 측이 준비한 기념품도 무료로 배포된다.
황철현 장로는 “이번 공연은 달라스 한인사회 역사상 전무후무한 열린 음악회가 될 것”이라며 “공연에 오지 않으면 후회할 정도로 수준 높고 대중적인 음악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걸작’은 오는 12월 13일(일) 오후 7시, 중앙연합감리교회(3800 Carbon Rd., Irving, TX 75038) 본당에서 열린다.
토니 채 기자 press@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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