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두려워 말고 가만히 서서 여호와께서 오늘날 너희를 위하여 행하시는 구원을 보라.” (출애굽기 14:13)
애굽왕 투트모세 3세의 추상같은 명령에 의거, 전차 600승과 기병 1,200명으로 구성된 기동부대는 지체없이 이스라엘을 향하여 추격한다. 이어 바로의 직접 지휘하에 십만병력과 나머지 전차로 본대를 편성하여 뒤를 따른다. 이들의 이동속도는 일일 80km로서 당시로서는 엄청난 기동력이다. 숙영 8일째, 그러니까 애굽을 탈출한지 24일째 되는날, 믹돌(Migdol)의 255m고지에서 망을 보던 이스라엘 경계병은 애굽군의 선발대를 발견, 혼비백산하여 모세에게 이를 보고하였다.
예상치 못했던 애굽군의 출현으로, 바닷가옆 넓은 평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이스라엘백성들은 이내 공황상태에 빠진다. 이 상황이 두 진영의 군사적 충돌이었다면, 후일 중국의 초나라 한신장군이 ‘정형전투’에서 사용했던 배수진의 선례가 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 형국은 비무장상태의 이스라엘 백성이 중무장한 애굽군과 홍해 사이에 갇혀버려 수백만명이 홍해바다에 몰살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신, 야훼는 한번 약속한 것을 변개치 않으신 분 아니신가? 야곱의 자손과 함께 하기로 신실한 언약을 맺은 만군의 여호와이시다. 그는 이스라엘을 보호하기 위하여 애굽을 상대로 두가지 기적을 전개하셨다.
첫번째는 차단작전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전방에서 대열을 안내하던 구름기둥을 옮겨 그들 뒤편에 서게하여 애굽군 진영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를 가로막았다. 다시 말해 애굽군과 히브리 백성 사이에 구름과 흑암이 있게하여 애굽군의 시야를 가려 그들의 진군을 차단하였다. 두번째는 도하작전이다. 현대전 개념으로, 통상 도하작전은 아군과 적이 하천을 두고 대치하는 상황에서 기동로의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 공격부대가 실시하는 ‘차선’의 방책이다. 방어부대가 주요한 감제고지를 점령하고 시야를 확보할 시에는 공격부대 입장에서는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대단히 위험한 작전이다.
그러므로, 일명 탄막사격(집중포화를 실시, 적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는 사격)을 집중적으로 실시하여 방어부대를 묶어둔 다음, 부교와 문교를 이용하여 병력과 장비를 이동시켜야 한다. 3,500년 전에 실시된 이스라엘의 홍해 도하작전은 아마도 인류 최초의 도하작전이기는 하나, 현대전의 군사교리로서는 설명이 되지않는, 그야말로 기적이라는 말 이외에 달리 표현할 수 없는 작전 이었다.
먼저 지형분석을 해보면, 차안(此岸)은 비하히롯(Pi-hahiroth), 피안(彼岸)은 바알스본(Baal-zephon)이다. 바다의 폭은 족히 13km, 평균깊이는 1.5km에 달한다. 이 곳을 도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하여, 20세기 이래 홍해도하 사건의 역사적 사실성을 증명하기 위하여 기독교 국가를 중심으로 많은 탐사가 이루어져왔다. 그 중,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Ron Wyatt 지휘하에 실시된 영국 해군탐사팀의 고증을 인용하여 홍해 도하 작전을 설명하기로 한다.
대략은 다음과 같다. 이스라엘 백성이 건넜던 바다에는 골짜기에서 내려온 퇴적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쌓이면서, 수면 아래 둑이 생겨 맞은편 해안까지 연결된 천혜의 바닷길이 형성되었다. 바다 밑의 둑이 6도 경사로 완만하게 내려갔다가 다시 맞은편 해안으로 완만하게 오르는 구조다. 맞은편 사우디 아라비아쪽 해안에서도 골짜기 사이로 같은 작용이 일어나 생긴 현상이다.
다시 말하자면, 양편의 퇴적물로 인행 폭 6km의 둑이 바다밑에 형성된 것이다. 둑으로부터 수면까지 이르는 수심은 가장 깊은 곳이 120m정도이라고 탐사팀은 보고했다. 그러나, 둑을 벗어나면 갑자기 깊어져 수심 1.5km에 달한다. 퇴적층이 형성되어 얕아진 이 곳의 바닷물을 하나님께서 말리셨던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질서있게 홍해를 건넜다. 200만명의 대규모 행렬이 이동하는 동안, 하나님의 구름기둥이 여전히 애굽군의 앞에서 그들을 가로막고 있었다.
<홍해 도하지역>
이스라엘 백성이 홍해를 무사히 건넜다. 가로막고 있던 구름기둥이 걷히자, 시야를 회복한 애굽 전차와 기병부대가 홍해길로 들어선다. 그러나, 바다의 지면은 평탄치 않아 병거 바퀴가 갖은 장애물에 걸려 진출이 쉽지 않다. 대오가 흐트려진 가운데 모든 전차와 기병부대가 홍해길에 진입시, 갈라졌던 바다가 본래의 수면으로 합하여짐으로 모든 애굽군은 수장되고 만다.
이미 홍해를 건넌 이스라엘백성들은 바닷가에 떠다니는 애굽전사들의 시체를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이 기적에 힘입어, 모세는 이스라엘의 지도자로서 기반을 공고히 하였을 뿐 아니라, 그를 통하여 현현(顯現)하신 여호와의 영광을 체험하였다. 그리고 그 유명한 ‘모세의 노래’를 불렀다: “여호와여, 신들 중에 주와 같은 자 누구오니이까? 누가 주와 같이 . . . 기이한 일을 행하나니까?”
홍해를 건너니 황량한 광야(The Wildness of Shur)가 눈앞에 펼쳐진다. 사흘길을 행군하여, 마라(Marah)-엘림(Elim)을 경유, 또 다른 광야((The Wildness of Sin)에 다다랐다. 이곳에서 일주일을 머물렀다. 이때가 오늘날 월력으로 5월초 무렵이다. 다시 행군이다.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황량한 사막에서의 행군이란 쉽지 않다. 30도를 웃도는 뙤약볕 아래, 연일 강행군을 하니, 지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기약없는 여정이 더욱 더 몸을 힘들게 했다. 그들은 배고프고 목말랐다. 애굽에서 나올 때 휴대한 전투식량(무교병)은 이미 바닥난 지 오래다. 이제 이스라엘 백성의 입에선 불평불만이 절제없이 쏟아져 나온다. 얼마나 배고픔과 갈증을 참기 어렸웠던지, 애굽에서의 옛 노예생활이 더 좋았다며 모세에 대한 원성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불평불만 덕분에(?) 그들은 가나안 지경에 이를 때까지 먹을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배고프다 하면 하늘에서 만나(Manna)가 쏟아져 내리고, 목마르다 하면 땅에서 물이 쏟아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같은 인간의 생태적 한계로 말미암아, 탈 애굽 1세대는 이 황량한 사막에서 죽어야 할 운명으로 내몰린다. ‘그들과 함께 하겠노라’라는 확신적인 말로 그들의 안전을 보장하였음에고 불구하고, 이스라엘 자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그들의 하나님을 신뢰하지 않았다.
일상의 현실앞에, 거룩한 영혼마저도 지켜내지 못하는 그 나약함은 결국 하나님의 새로운 결심을 유도한다. 즉, 이스라엘 백성에 대한 훈련의 필요성이다. 인류의 본성을 예표하는 그들은, 보다 성숙되어질 필요가 있었고, 그것은 모진 연단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판단하신 것이다. 이 하나님의 계획은 광야에서의 고된 행군과 전쟁을 통하여 구체화되어 간다. 드디어, 이스라엘 백성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이방인과의 첫 전쟁에 직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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