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볼일을 보러 갔는데 휴지가 딱 떨어지고 없습니다. 방금전 남편이 화장실에 다녀 온 것을 알고 있기에 "아니, 이 인간이 휴지가 떨어졌음 뒷사람을 위해 끼워 놓을 것이지, 여봇!!! 휴지가 없잖아욧! 빨리 휴지 좀 갖다 주세욧" 얼마든지 부드럽게 예쁘게 말을 할 수도 있을 터인데 '배려심이 없다' 고 생각이 든 나는 원망 섞인 큰 목소리와 최대한 쌀쌀맞은 말투로 남편을 불렀습니다. 당황한 남편은 한 달음에 달려와 휴지를 가져다 주면서 "난 휴지 떨어진줄 몰랐어요. 아마 아까 아버지가 들어가시더니..." 말꼬리를 흐리면서 차마 아버지 핑계를 대는 것이 변명처럼 느껴졌는지 끝까지 말을 마치지 못하고 그냥 조용히 돌아 섰습니다. "이크, 실수... 미안해요" 부끄러움에 모기만한 목소리로 미안하다는 말을 하긴 했지만 이미 기분나쁜 말투를 던진 죄로다가 나오던 거시기가 그만 쏘옥 들어 가 버리고 말아버렸지 뭡니까? 한 동안 화장실에 앉아 자아비판을 했습니다.
말과 말하는 사람에게는 등급이 있다고 합니다. '생명을 살리는 말씀, 좋은 열매를 맺는 말씨, 기분 나쁘게 하는 말투'를 가진 사람..., 수년 전에 어느 책에서 이 글을 읽고 꽤 심각하게 고민하며 틀림없이 '말씨' 보다는 '말투' 에 가까운 나의 '말투'를 '말씨"로 고쳐 보려고 부단한 노력을 해온지 벌써 십 여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사소한 일로 흥분을 해서 실수를 하곤 합니다. 오늘 처럼 말입니다.
남편과 처음 만났을때 나는 직장인, 남편은 군대를 갓 제대한 대학 2학년 복학생이었습니다. 남편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나에게 말을 높였고 난 학생신분인 남편에게 '해라' 하며 말을 놓았습니다. 부부의 연을 맺은 뒤에 높임말을 쓰려고 하니 남편이 너무 딱딱 하다며 그냥 말을 놓자고 하였습니다. '이건 아닌데...아닌데...' 하면서 남편에게 서로에게 존칭어를 쓰자고 여러번 건의 했지만 그 때마다 불편하다며 거절을 했습니다. 연애기간까지 포함하면 거의 35년의 세월을 서로에게 '해라' 를 했으니 말투를 바꾼다는 것이 녹록치 않았습니다. 그러던중 "우리도 사위 볼 나이가 되었는데 사위 보는 앞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지 않냐" 며 남편을 설득 했더니 말에도 등급이 있다는 말엔 끄떡도 안하던 남편이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수긍을 하였습니다. 그 뒤로 남편과 난 서로에게 꼬박꼬박 존칭어를 쓰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게 존칭어를 쓰며 큰 숙제를 끝낸 것 같았지만 여전히 숙제를 덜 한 것처럼 찜찜한 점이 있었습니다. 서로에게 존칭어만 썼지 말에 '씨'가 없이 '투' 에 가까운 언어습관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상헌씨의 111번째의 책 <흥하는 말씨 망하는 말투 > 읽고 또 한번 절실하게 내 말투에 대해서 반성할 기회를 가져보게 되었습니다.
저자가 쓴 책 내용중 < 보통의 사람은 하루에 5만 마디의 말을 한다고 합니다. 그 중 정성스럽거나 소망이 담긴 말은 10 퍼센트 안팎이고 그 외에는 무의미하고 부정적이고 비난하는 말을 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하는 말 90 퍼센트 이상이 뇌에 전달되니까 사용하는 말을 바꾸면 인격도 바뀌고 운명도 바뀐답니다. >라고 말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미국의 큰 명절, 생스기빙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말을 가장 험하게 쓰는 관계는 가족같은 제일 가까운 관계인 것같습니다. 무심하게 뿌린 말의 '씨' 가 가족의 미래와 인생을 결정짓기도 한다면 참으로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죽하면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이 있겠습니까. 특히 사랑이라는 이름을 빌려 자식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죄인 취급하듯 함부로 말을 던지는 경우가 많습니다."내가 너를 낳았다고 미역국을 먹었다니..." "나가 죽어라"는 말도 서슴치 않는 부모도 계십니다. '안돼'를 '돼'로 바꾸고 '틀렸어'를 '틀림없어'로 바꾸고 "괜찮아" "다 잘될거야" 이런 희망적인 말씨를 뿌려 긍정적인 가족모임이 되시길 모든이에게 기원하고 싶습니다.
잠언에 "선한 말은 꿀송이 같아서 마음에 달고 뼈에 양약이 되느니라" 는 말씀도 있습니다. 뼈에 양약이 되는, 흥하는 말씨를 뿌리는 Happy thanksgiving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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