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한인 여성, ‘보이스피싱’ 사기로 1,600 달러 피해 구치소 직원 사칭 사기범, “벌금 안 내면 체포영장 집행” 협박 … 피해자 위치 추적 및 이메일 주소까지 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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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사기로 인한 한인들의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어빙에 거주하는 한 20대 한인 여성이 1,600 달러의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아시안계 청소년들을 표적으로 행해진 것으로 추정돼, 한인 청소년들과 학부모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지난 5일(목) 오후 2시경, 어빙에 거주하는 25세 한인 여성 정 모씨에게 한 남성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알링턴 시 구치소 직원을 사칭한 이 남성은 정 씨가 학교에 제출한 세금보고서에 문제가 발생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라고 협박했다.
이 남성은 이 같은 내용을 정 씨의 학교 이메일로 통보했지만 답장이 없어 전화를 하는 것이라며 정 씨를 강도 높게 다그쳤다. 이 남성은 정 씨의 학교 이메일 주소를 불러줬고, 정 씨는 이 남성의 주장에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고 믿었다.
이 남성은 또한 자신의 이름이 케빈 모건(Kevin Morgan)이라고 밝히고, 인터넷에서 검색해볼 것을 권했다. 정 씨가 인터넷으로 남성의 이름을 검색한 결과 케빈 모건이라는 사람이 알링턴 시 구치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검색됐다. 정 씨가 이 남성의 이야기를 믿지 않을 수 없었던 또 다른 이유다.
겁에 질린 정 씨는 남성에게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남성은 벌금이 2,500 달러가 부과된 상태이며 체포영장도 발부됐다고 협박했다. 남성은 벌금을 당장 납부하지 않을 경우 경찰이 곧바로 체포할 것이며, 정 씨의 시민권과 소셜시큐리티 번호가 ‘블랙리스트’에 올라 향후 구직 활동에도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 남성은 그러면서 전화를 끊으면 경찰이 당장 출동해 정 씨를 체포할 것이라며 전화를 끊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 남성은 2,500 달러의 벌금을 바로 송금하면 체포영장을 취소하겠다며 정 씨를 유인했다.
정 씨가 아버지와 상의한 후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자 이 남성은 “너는 지금 성인이고, 이 문제가 미국 정부와 FBI에 연결된 일이기 때문에 절대 부모에게 알리지 말라”고 설득했다.
정 씨가 재차 전화를 끊고 아버지와 먼저 상의를 하겠다고 하자 이 남성은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며 크레딧카드나 은행구좌에서 현금을 인출해 송금하라고 압박했다.
정 씨는 어쩔 수 없이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한 후 남성과 다시 통화를 했다. 이 남성은 정 씨의 전화기 위치추적을 한 듯, 정 씨가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머니그램’ 업소를 알려주며 돈을 송금하라고 지시했다. 남성은 총 벌금 2,500 달러 가운데 당장 보낼 수 있는 돈이라도 우선 송금하면 체포영장을 취소하겠다고 말했다.
정 씨는 은행에서 인출한 1,600 달러를 송금하고 일단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도착한 후 정 씨는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정 씨의 아버지는 ‘보이스피싱’ 사기임을 직감했다.
정 씨가 집에 도착한 후에도 남성은 전화를 끊지 말 것을 주문하며 나머지 벌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정 씨 옆에서 통화 내용을 듣고 있던 정 씨의 아버지는 정 씨의 전화기를 건네 받아 남성과 통화 했다. 정 씨의 아버지는 남성에게 “그래, 경찰 보내봐라”며 대응했고, 남성은 “그렇게 하겠다”며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는 것.
정 씨의 아버지는 전화를 끊고 곧바로 911에 전화를 걸었다. 911 교환원은 정 씨의 아버지를 알링턴 시 구치소로 연결해줬다. 알링턴 시 구치소 측은 직원들 중에 케빈 모건이라는 사람은 없다고 답했다. 정 씨의 아버지는 남성으로부터 온 전화의 발신자 번호로 재차 전화를 걸었다. 발신자 번호는 틀림 없는 알링턴 시 구치소 전화번호였지만, 케빈 모건이라는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정 씨의 아버지는 ‘머니그램’에 연락해 정황을 설명하고 송금 취소를 요청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 중동계 억양의 남성, 아시안계 청소년 노린 듯
정 씨의 아버지가 본보에 보내온 통화 녹취록을 분석한 결과, 사기범은 확연한 중동계 억양의 영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정 씨의 아버지는 또한 뉴욕 출장 중인 아들로부터 지난 10일(화) 이와 유사한 ‘보이스피싱’ 사건이 뉴욕에서도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아시안계 청소년들을 집중적으로 노린 범죄조직의 소행을 의심했다.
정 씨의 아버지는 “너무 어처구니 없는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했다”며 “내 딸과 같이 어린 학생들이 이러한 사기를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한인사회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달라스 경찰국 사기 전담반의 한 관계자는 본지 인터뷰에서 “경찰국이나 정부기관이 시민들에게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벌금 납부를 요구하는 경우는 절대 없다”고 단언하고 “수상한 전화를 받으면 일단 전화를 끊거나, 상대방에게 자세한 내역을 서류로 보내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케빈 모건이라는 이름이 인터넷으로 검색된 것에 대해서는 “인터넷에 검색어가 떴다고 모두 사실이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며 “정부기관을 사칭한 전화가 올 경우 일단 전화를 끊고 검증된 전화번호로 다시 상대방에게 전화를 거는 것도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토니 채 기자 press@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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