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식 l 미움받을 용기(?)


신문기자에서 마흔일곱 살 늦깍이 소설가로 입문한 소설가 김훈은 책 읽기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주희 선생이 이렇게 말씀 하셨어요. ‘공자를 읽기 전과 읽고 난 뒤의 내가 똑같은 인간이라면 그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책에 의해서 자기 생각이 바뀌거나 개조될 수 없다면 힘들여서 구태여 책을 읽을 필요가 뭐가 있겠냐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라면 난 책 읽을 자격이 쬐끔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뀌기까지야 할 수는 없다고는 하여도 최소한 바뀌어 보려고 노력은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리하여 한국 갔다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면서 공항에서 후다닥 책 몇권을 샀습니다. 책 굶은 귀신, 걸신 들리듯 책 세권을 다 읽어 갈 즈음 달라스에 도착한다는 기내 맨트가 나왔습니다. “에이 벌써?” 한 시간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솔직히 내리기 싫었습니다. 그러나 김훈은 이런 말도 하였더군요.
“책 속에는 길이 없어요. 길은 세상에 있는 것이지. 그러니까 책 속에 있다는 그 길을 세상의 길로 뻗어 나오게끔 하지 않는다면 그 독서는 무의미한 거라고 생각해요.” 하기야 하늘 위에 비행기 길은 있겠지만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길이 없으니 고분고분 내릴 수 밖에요.
하늘 위에 떠서 읽은 책 세권 중 순전히 제목만 보고 고른 책이 ‘미움 받을 용기’ 라는 책이었습니다. 책을 살 때 베스트셀러는 일단 뒤로 제껴놓고 보는 습성이 있고 일본 사람이 쓴 책도 순위가 밀리기 마련인데 이번엔 제목에 이끌려 순순히 내 품으로 들어와 버렸습니다.
331쪽 분량의 책 내용을 여기에 다 옮길 순 없지만 지루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책을 놓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남들한테 미움을 받으라는 것이 아니라 미움을 받을 용기를 가지라는 겁니다. 만약 주변에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나는 자유롭지 못한 너무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작가중 한명인 ‘기시미이치로’의 말 처럼 미움 받을 용기를 어떻게 낼건지 솔직히 궁금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이 책에서 얻은 답은 ‘과거나 조건에 대해 불평 말고 남이 세워 놓은 기준에 휘둘리지 말아라. ‘나’ 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아도 여행의 모든 순간이 소중하듯 삶은 매 순간이 소중하다. 지금 이 순간을 진지하게 살아라. 행복은 선택과 용기의 문제다. 남이 나를 미워하는 것은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 상대방의 문제이고 상대방의 과제이니 내 일과 남의일을 분리해서 생각해라.’ 였습니다.
끝까지 읽고나서 솔직히 조금 속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내면의 문제를 조금 더 분명하게 표현 했을 뿐, 전혀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아들러라는 심리학자나 일본의 두 작가들에게 존경을 표하지만 말입니다. 우리 나라 사람중에도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분이 많이 계시는데 왜 이 책이어야만 하는지….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에서 어떤 여자분이 질문을 합니다. “회사에서 모든 직원과 사이가 다 좋은데 딱 한 사람이 자기를 미워해서 너무 괴롭다고.” 법륜스님께서 대답 하십니다 “상당히 교만하군요. 어떻게 인간이 되어 가지고 모두가 좋아 해 주길 바랍니까? 개인적으로 이 대답이 나에게 훨씬 가까이 다가 왔습니다.
“미움은 미워하는 상대방의 문제이고 과제이지 미움 받는 내 문제는 아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 성경적이지 못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엄마나 며느리 부인의 위치에서 가족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말도 안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관계는 타인과의 관계도 있지만 인간관계의 시작은 가족이니까요.
비행기 안에서 몇 시간만의 속독으로 내려진 결론이라 실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미움받을 용기’ 책 뒷 면을 보면 마켓팅 담당자의 이름과 홍보 담당자의 이름까지 나와 있습니다. 그것이 잘못 되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냥 새롭단 생각을 해 보았을 뿐 입니다. 미움받을 용기를 가지고 이 글을 써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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