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신기한 것으로 여겨지던 이중언어 교육이 이제는 영어가 모국어인 학생이나 그렇지 않은 학생 모두에게 요긴한 것으로 여겨져 각광을 받고 있다. 실제 미 전역에서 이중언어 교육이 이뤄지는 학교들도 급증하고 있다. 초등학교 학생들에게도 리딩이나 수학 등의 과목을 영어나 스페인어 등의 이중언어로 가르치고 있는데, 궁극적인 목적은 학생들이 이중언어 사용자가 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뉴욕의 경우 이번 가을 학기에 공립학교에서 39개의 이중언어 프로그램이 신설되거나 보완됐는데, 이는 2년전 25개 프로그램에서 크게 증가하는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현재 뉴욕은 180여개의 이중언어 프로그램이 시행 중이다. 해당 언어는 스페인어를 비롯해 아랍어, 중국어, 불어, 히브리어, 한국어, 러시아어, 폴란드어, 하이티어 등 다양하다.
유타의 경우 공립 초등학생의 9%가 이중언어 프로그램에 등록돼 있다. 오레곤의 포틀랜드는 전체 학생의 10%와 유치원 학생 중 20%는 이중언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델라웨어와 노스캐롤라이나 같은 주에서도 주 전체적으로 이중언어 프로그램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시행 중이다.
미 교육청의 영어취득과 담당자는 정확한 수치는 산정되지 않았지만 이중언어 프로그램이 “불어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고 말한다.
뉴욕과 같은 지역에서 이중언어 프로그램이 확대되는 일차적인 목표는 영어를 배우는 학생들이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영어로만 수업을 받았다. 그러나 새로운 연구 결과 이중언어 프로그램을 통해 수업을 받은 학생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학업적으로 다른 동료들보다 수행 능력이 높았고 영어에서도 더 유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언어 프로그램의 또 다른 장점은 학교내 차별을 일정 부문 해소한다는 면도 있다는 것이다. 교육청 수석 어드바이저인 존 킹은 “이중언어 프로그램이 여유가 있는 학부모들을 더 이끌어 들임으로써 사회경제적, 인종적 다양성을 학교내에 증폭시키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례로 브루클린의 국제학교는 지난해 6학년에 30명이 등록했는데 올해는 100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불어로 제공되는 이중언어 프로그램을 원하는 가정에서 등록한 경우가 많아서였다. 언어적으로나 문화적 사회경제학적으로 다양성을 더 보여주는 사례다.
영어가 모국어인 가정의 부모들도 자녀들이 이중언어 사용자가 되는게 중요하다고 여긴다. 특히 글로벌 경제 시대에서는 더 그렇다고 여긴다. 델라웨어와 유타에서는 이중언어 교육이 영어 모국어 학생들에게 이중언어자가 되게 도와주는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물론 이중언어 교육이 모험적인 시도일 수도 있다. 또한 각각의 학교나 수업 사정에 따라 조정이 필요하기도 하다.
가령 목표 언어를 수업의 50%에서 90%까지 사용해서 가르치게 하고 나머지는 영어로 하는 수업 방식이 있다. 어떤 경우에는 수업을 2등분해 절반은 영어로, 나머지는 다른 언어로 하기도 한다. 또 어떤 프로그램은 날짜별로, 아니면 주제별로 영어와 타 언어로 번갈아가며 가르치기도 한다.
교실 자체를 활용한 이중언어 교육도 진행 중이다. 저학년 학급에서는 연필통에 파란색으로 ‘연필깎이’라고 붙여놓고 붉은색으로는 스페인어로 ‘sacapunta’라고 붙여놓는 식이다. 게시판에 ‘조용히 독서하라’는 말도 ‘leo en voz baja’와 함께 적어놓는다.
2학년 학생의 학부모 하나는 자기 자녀가 처음 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스패니쉬를 전혀 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영어와 스패니쉬 모두를 구사한다고 감격해한다.
도미니칸 부모에게서 출생한 아릴다 크리소스토모 씨는 미국 태생인데 자기 딸인 7세 브루크 린 잭슨에게 이중언어 프로그램을 받도록 했다. 가족 어른들에게 스패니쉬로 딸이 말할 수 있게 하려던 의도였고 또 장차 직업을 얻는데서도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중언어로 성장하는 아이들에게는 큰 가치를 얻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비록 아이들이 수학 문제에서 잘 하지 못한다 해도 이중언어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 궁극적으로 다른 방법으로는 취득할 수 없는 또 다른 언어를 추가로 얻어낼 수 있는 방법으로 이중언어 프로그램만한 게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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