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민가정 출신으로, 고교시절 주중에는 부모의 청소 일을 돕고 주말에는 부모님을 따라 플리마켓에서 장사를 도우며 성장한 한인 1.5세가 훌륭한 정형외과 의사 겸 기업인으로 성장했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지만, 바로 달라스 한인사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약 3년 전, 달라스에 ‘루민헬스’(Lumin Health)라는 의료 매니지먼트 기업을 설립한 정형외과 의사 더글라스 원(한국명∙원성근)이 바로 그 주인공.
‘루민헬스’는 베일러 병원(Baylor Hospital), 텍사스 헬스 리소스(Texas Health Resources), 메소디스트 병원(Methodist Hospital) 등에 비해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이들 병원과 같은 부류의 병원 시스템이다.
설립 후 3년도 채 안돼 2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루민헬스’는 북텍사스 전역에 8 곳의 척추 클리닉, 9 곳의 내과 및 가정의학 클리닉, 5 곳의 응급실(2016년 말 기준), 그리고 한 곳의 수술병원을 두고 있다.
11살 때 부모님을 따라 어빙으로 이민 온 더글라스 원은 어떻게 가난한 이민가정 출신의 소년에서 의료업계의 주목을 받는 정형외과 전문의 겸 기업가로 성공할 수 있었을까?
◎ 가난한 이민가정의 장남으로 성장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난 더글라스 원은 11살이 되던 1982년, 한 살 터울의 남동생과 함께 부모님을 따라 어빙으로 이민을 왔다. 샘 휴스턴 중학교(Sam Houston Junior High School)와 맥아더 고등학교(MacArthur High School)를 다닌 더글라스 원은 주중 저녁 남동생과 함께 부모의 청소 일을 도왔고, 주말에는 부모를 따라 플리마켓에 장사를 도왔다.
노스웨스턴 대학(Northwestern University)에서 학부를 마치고 텍사스 대학(University of Texas) 의대에 진학한 더글라스 원은 워싱턴 대학-세인트루이스(Washington University at St. Louis)와 미시건의 윌리암 보만트 병원(William Beaumont Hospital)을 거쳐 정형외과 전문의로 그 실력을 인정 받았다.
2004년 9월 어빙으로 돌아온 더글라스 원은 정형외과 전문의로 얻은 명성을 사회환원에 활용하며 원대한 꿈을 펼치기 시작했다.
“부모님 곁에는 친척이 아무도 없었다. 남동생은 웨스트포인트(West Point)를 졸업하고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장남으로서 부모님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장고 끝에 부모님께서 살고 계신 어빙으로 돌아오는 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 ‘환자 중심’의 의료 시스템
더글라스 원은 어빙으로 돌아온 후 “환자가 중심인 전국 규모의 병원 시스템”을 세우겠다는 원대한 꿈을 펼치기 시작했다. 약 3년 전, ‘루민헬스’를 설립한 것.
“환자가 중심인 병원을 세우고 싶었다. 대형 병원에서는 환자를 치료하는데 있어 담당의사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 루민헬스는 최고 경영자에서부터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환자 중심적 철학으로 움직이는 곳이다.”
‘루민헬스’ 시스템은 크게 네 분야로 나뉜다. ‘루민 스파인 케어’(Lumin Spine Care)는 척추 수술 서비스, 정형외과, 통증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북텍사스 전역에 8개의 클리닉을 두고 있다.
‘루민헬스’의 두 번째 분야는 ‘루민케어’(Lumin Care)로 일반내과 및 가정의학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플라워마운드와 파머스브랜치를 포함, 북텍사스 전역에 9 곳의 클리닉을 두고 있다. 플라워마운드와 파머스브랜치 클리닉에는 한국어와 영어가 능통한 한인 의사 메이 킴(Dr. May Kim)이 근무하고 있다. ‘루민케어’는 주 7일, 매일 오전 9시에서 밤 9시까지 문을 연다. 예약 없이도 방문이 가능한 클리닉이다.
‘루민케어’는 조만간 캐롤튼 H마트 인근에도 클리닉을 차려 한인들의 편의를 도울 계획이다. ‘루민케어’는 특히 자체 통역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9개 클리닉 어느 곳을 방문하든 의사소통으로 인한 불편함을 없앴다.
‘루민헬스’의 세 번째 분야는 ‘루민 ER’ 응급실이다. 2016년 말이면 북텍사스 전역에 총 5 곳의 루민 응급실을 갖추게 된다. ‘루민 ER’은 일반 응급실과 같은 기능을 하지만, 주거지역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 다르다.
‘루민헬스’의 네 번째 분야는 ‘스타 메디컬 센터’(Star Medical Center)다. ‘스타 메디컬 센터’는 플레이노에 위치한 수술전문 병원이다. 미국에서는 수술병원이 ‘surgical hospital’과 ‘surgical center’로 구분된다. ‘Surgical center’는 환자가 낮에 수술을 받고 당일 퇴원하는 곳인 반면, ‘surgical hospital’은 베일러 병원과 같은 수준의 면허를 갖춘 수술병원이다.
‘루민헬스’는 향후 이 분야를 중점적으로 키워 확장해 간다는 계획이며, 그 계획의 일환으로 현재 확장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 호기심 많았던 유년 시절
더글러스 원이 원대한 꿈을 펼칠 수 있었던 기반은 자신의 전문 분야인 정형외과에 있었다. 더글러스 원은 정형외과 의사로 ‘최소 침습성’(minimally invasive) 수술기법에 몰두해 왔다.
‘최소 침습성’ 수술기법은 수술부위를 최소한으로 절개하는 것으로, 염증 등의 부작용이 현격히 적고 퇴원도 바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글라스 원은 ‘최소 침습성’ 수술기법에 필요한 몇 가지 의료 장비도 발명했는데, 수많은 병원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다.
더글라스 원이 ‘최소 침습성’ 기법에 몰두 하게 된 계기는 아버지의 척추 수술 때문. 이민 오기 전, 한국에서 두 차례 척추 수술을 받았던 더글라스 원의 아버지는 어빙으로 이민 오자마자 또다시 척추 수술을 받았다. 당시 보험도 없었고 집안 형편도 어려웠던 더글라스 원의 아버지는 포트워스의 카운티 병원에서 척추 수술을 받고 심각한 염증으로 재수술을 받으며 고생했다.
아버지의 척추 수술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일까? 정형외과 의사로 수련을 하면서 더글라스 원은 척추 수술을 최소한의 절개로 해낼 수 있는 방법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쓸개를 제거하는 수술도 절개 부위를 최소화 하는 기법을 사용하는데, 척추 수술에서도 이러한 기법이 도입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기계를 뜯고 다시 조립하는 것을 좋아했던 더글라스 원의 호기심도 그가 ‘최소 침습성’ 수술기법의 선구자가 될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됐다. 모든 일을 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는 더글라스 원은 오늘날 의료 시스템이 갖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을 향상시키기 위해 ‘루민헬스’를 설립했다.
더글라스 원이 오늘의 ‘루민헬스’를 설립할 수 있었던 재정적 기반은 그가 설립했던 벤처 의료 시스템을 매각하면서 마련됐다. 더글라스 원은 척추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벤처 병원을 설립했었다. 하지만 척추 수술에만 국한됐던 벤처 병원은 모든 환자들을 돌보겠다는 그의 비전에 부합하지 않았고, 결국 매각했다. 오늘날의 ‘루민헬스’를 설립할 수 있었던 재정적 기반이 여기에서 나온 것.
◎ 미국은 아직도 ‘기회의 땅’
더글라스 원은 앞으로 ‘루민헬스’를 전국 규모의 대형 병원 시스템으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북텍사스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환자들이 찾는 그러한 병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더글라스 원은 가난한 이민가정 출신답게 한인 2세들에 대한 소망도 잊지 않았다.
“내가 한인 청소년들에게 항상 해주고 싶은 말은 미국이 아직도 기회의 땅이라는 것이다. 진부한 표현 같지만, 원하는 것을 향해 최선을 다하면 누구든 그 꿈을 이룰 수 있다. 나와 내 남동생이 가난한 이민가정에서 성장해 꿈을 이뤘던 것처럼 말이다.”
더글라스 원은 성실성의 미덕을 몸소 실천해 보인 부모님의 의지를 받들어 자신의 성공을 한인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생각이다. 의료보험이 없거나 재정적으로 힘든 상황에 있는 환자들에게 특별 멤버십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 ‘루민헬스’는 월 18 달러, 혹은 연 180 달러의 회비를 내면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60 달러만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환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어빙으로 처음 이민 와서 부모님을 도우며 학교에 다닐 때는 나와 남동생이 지금처럼 성공한 사람이 되리라 상상도 못했다. 부모님의 헌신과 자식에 대한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지금 현재 아무리 어려운 형편에 있더라도, 모든 한인 청소년들이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갖길 바란다.”
토니 채 기자 press@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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