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명의 미국인들이 모여 절인 배추와 김치소를 들고 요리조리 궁리를 하고 있다. 조금전 강습회 강사가 보여준대로 김치소를 배추에 치대어 보지만 잘되지 않는지 옆사람들과 의논하며 몇번이고 다시 김치를 주무르는 모습이 영락없는 한국 새댁의 모습다.
지난 5일(토) 반찬천국에서 연출된 이 진풍경은 다름아닌 어스틴내 한국 문화 소모임인 Meetup 그룹을 위해 이청수 사장이 직접 후원하고 진행한 김치 강습회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종류의 김치를 소개하고 김치 담그기 실습의 한 장면이다.
한국과 한국어를 너무 좋아해 원어민 강사로 한국을 방문해 1년간 영어강사로 근무하다 서강대 어학당을 거쳐 국제관계학 석사를 졸업한 션돌란은 “김치를 많이 먹어왔지만 이렇게 담그기는 처음이었다. 만들어 본 음식이라서 그런지 더욱 애정이 간다”고 전했다.
K-pop과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제시카 역시 “즐거운 경험이었다. 집에서 만들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김치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하며 이색적이고 즐거웠던 경험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날 행사장에는 오랜 이민 생활에 활력소를 찾기 위해 강습회를 방문한 한국인과 한국인 2세들이 함께해 김치 강습회에 훈훈함을 더했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사이에서 태어나 불고기와 갈비를 좋아하는 헤더는 “한국 음식을 배워 봄으로써 한국 음식에 더욱 접근하기 쉬워진 것 같다. 비록 오늘 김치 만들기를 체험해 봤지만 아마도 김치는 근처 한국마트에서 살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부모님이 샌안토니오에 살고 있다는 쥬디 역시 “오늘 처음 김치를 담궈봤다. 한국인이지만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서 살면서 한국어도, 한국 문화도 잃어버리고 살아오다 오늘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전하며 “샌안토니오에 계신 부모님이 이런 내 모습을 보면 대견해 하실 것이다. 이미 김치 담그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부모님께 보냈다”며 프로그램을 준비한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김치에 대한 새로움보다는 김치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졌다고 말했으며 향후 다른 한국 음식 만들기 실습 행사가 있다면 꼭 함께하고 싶다며 김치 강습회가 일회성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속적인 프로그램이 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하고 진행한 이청수 사장은 “참가자들이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모습에 나도 즐겁다. 기회가 된다면 잡채와 같이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이벤트를 계속 진행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행사 기획과 관련해 누구나 음식을 만들어보면 그 음식에 애착을 가지는 것처럼 “미국인들이 한국음식을 만들어 보면 한국 음식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찾아 볼 것”이라는 마음으로 행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이청수 사장이 김치의 역사 소개와 요리 시연까지 강습회 전 시간을 한국어로 진행한 것이다.
과연 행사장을 찾은 미국인들이 한국어를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과 우려와 달리 이날 행사장을 찾은 미국인들은 이 강사가 말하는 대부분 한국어를 이해할뿐만 아니라 간간히 나오는 농담에 대꾸를 할만큼 능통하게 한국어를 구사해 한방에 의구심을 날려버렸다.
이날 행사장에 함께한 김기준 어스틴 한국학교위원장은 “어스틴내 약 350여명의 미국인들로 구성된 한국어 및 한국 문화 소모임과 반찬천국이 함께 기획했던 이날 행사가 너무나 성공적이었다”고 말하며 향후 지속적인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어스틴 아시안 리소스 센터의 지원으로 리소스센터에서 강습회를 실시할 수 있도록 다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행사장에 함께해 김치 강습회 이후 참석한 미국인들에게 한국 홍보자료를 제공 이들이 더욱 한국과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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