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 페리, 공화당 대선 경쟁 포기 … “트럼프가 목을 졸랐다?” 인지도 및 선거 전략, 후원금 부족 원인 … 급부상 트럼프 후보 공격 전략 펼쳤지만 오히려 ‘독배’ 마신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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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가 2016년 대선 공화당 경선에서 첫번째 중도 탈락자가 됐다. 
페리는 11일(금) 자신의 두번째 대선 주자 도전을 포기한다고 세인트루이스의 이글 포럼(Eagle Forum)에서 선언했다. 이로써 17명의 후보가 경합을 벌이고 있는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페리가 첫 낙오자가 됐다. 페리는 경선 중도 포기를 선언하면서 “이 나라를 여행하는 특권과 영광”인 공화당 경선 포기에 대해 “후회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공화당에 인재가 많은 것에 대해 인정하기 때문에 후보 포기를 할 수 있다며 ‘민초’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보수주의는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리 선거운동에 대해 최근 몇주간 부정적인 소식이 전해오던 상황이었기에 그의 포기 선언은 담담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선거 운동을 위한 자금 부족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그의 선거운동 팀에서 떠나는 스탭들도 속출했다. 
더구나 공화당 후보 TV 토론회 결과 인지도에서 밀리는 양상을 보이며 더 이상 그가 대통령 후보감으로 비중있게 거론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그의 포기를 부추겼다. 
물론 페리는 낙관적인 자세를 견지해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인기와 화제 모두 상한가를 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며 결전의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중도 포기를 선언하는 자리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견제를 멈추지 않았다. 
“미국은 경력보다 말만 더 현란한 후보를 지명해서는 안된다. 리더십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후보가 리포터의 까다로운 질문조차 받아주지 못한다면 나중에 러시아 대통령이나 중국, 이란의 지도자들을 어떻게 상대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트럼프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페리가 숨쉴 여지가 없어졌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게다가 페리가 주지사로서 성적이 좋았고 정치적 역량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을 받는 상황에서 그의 선거전략이나 전술에서 새로운 모멘텀을 찾지도 못하고 시작하자마자 탈락하는 모양새여서 안타까움도 없지 않은 분위기다. 
공화당 후보 중에서 전·현직 주지사 출신은 7명이었다. 문제는 이들 모두 합쳐봐도 현재 전국적인 여론조사에서 25%밖에 얻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혼자 30%가 넘는 것과 비교한다면 초라한 상태다.  
페리가 주지사로서 성공적인 정치가의 면모를 갖췄다는 게 이번 선거에서 장점으로만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된다. 유권자들 사이에 ‘갖춰진 정치가’라는 인식이 오히려 부정적으로 여겨졌다는 것. 이는 ‘반 정치가’ 정서로 불리는데, 정치인보다는 능력이 있으면서도 정부와 거리를 둔 인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페리도 이번 대선 도전을 위해 더 준비한 것은 맞다. 안경을 새로 맞춰 강인한 인상을 주고 단호한 어조의 연설, 강한 악수 등을 보여줬다. 외모에서도 인상적이고 그의 경력은 화려하다는 걸 노출시키는 전략을 사용했다. 그러나 그가 4년전 첫번째 경선 당시 토론회에서 실수를 했다는 유권자들의 인식을 불식시키는데는 실패했다. 
“아무도 바라봐주지 않는다면 컴백할 수도 없다”고 SMU 정치학 교수인 캘 질슨(Cal Jillson)이 지적하는 이유다. 더구나 트럼프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는 상황에서 그의 희미한 존재감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는 게 드러난 셈. 
“트럼프가 이번 대선 경쟁에서 모든 산소를 다 빨아들이고 있어서 다른 후보는 숨을 못 쉬게 하고 있다”는 게 공화당 정치 평론가 빌 밀러(Bill Miller)의 표현이다. 그 결과 공무원으로서 장기간 봉사했다는 페리의 장점마저도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밀러의 지적처럼 “트럼프가 판을 새로 깔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 달라스에서 14일(월) 열린 트럼프 집회에 2만여장의 입장권이 매진됐다. 페리도 자신의 홈구장인 텍사스에서 그렇게 많은 인원을 모아본 적이 없었다.  
궁지에 몰린 페리가 취한 전략은 급부상하는 트럼프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특히 트럼프가 이민 정책이나 국경 보안 등에 있어서 정책이 없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략은 ‘멍청한’ 것이었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트럼프에 피해를 주기보다 오히려 본인이 장렬하게 전사하는 결과를 빚었다는 것. 
밀러 전략가도 “현재로서는 트럼프를 공격하는 건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페리와 달리 또 다른 공화당 텍사스 출신 테드 크루즈(Ted Cruz) 후보는 트럼프와 친밀함을 괴사했는데 그 결과 본인의 인기도 상승 중이다. 
물론 트럼프의 질주가 오래 갈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제 표를 찍을 때가 되면 유권자들은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국가의 안보와 경제를 불안정한 사람의 손에 맡기겠다는 것은 현재의 ‘엔터테인먼트’식의 후보에 대해 즐기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현재의 부상은 단지 유권자들이 워싱턴 정가의 실질적인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 성격이 강하다는 것. 그리고 그 메시지의 첫번째 희생자가 페리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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