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에세이를 쓸 때 학생들이 생각하지 말아야 할 게 한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대학교들이 원하는 에세이가 무엇인가”입니다. 상식에 어긋난 조언인 것 같지만 잘 생각해 보면 이런 질문이야말로 진부하고 지루한 에세이가 탄생하기 가장 적합한 조건이거든요. 대입 에세이가 대입결과를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입원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리고 특히 자신을 차별화하고 경쟁률을 뚫고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무기입니다.
그러니 대학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만 너무 의식하지 말고 자신만의 독특하고 진실된 목소리로 자신의 스토리를 다루는 에세이가 최상의 대입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하지만 이제 갓 16-17세의 나이가 된 틴에이저들에겐 자신만의 스토리와 목소리를 찾는다는 건 큰 숙제일 겁니다. 아직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한는 학생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아직 자신의 진로도 선택하지 못한 이 시점에서 자신의 지난 스토리와 앞으로의 스토리를 한페이지 안에 담는다는 건 학생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힘든 일입니다.
저는 지난 6년동안 버클리 학원을 통해서 수많은 시니어 학생들의 에세이를 지도해 오면서 대학이라는 첫 사회의 문턱에서 그들과 깊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소수의 아주 성숙하고 독립적인 학생들은 자신의 목소리도 뚜렷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대학을 가고 싶은지가 분명합니다. 이런 학생들은 에세이도 고민없이 술술 써내려가죠. 머리속에 수백번 맴돌던 아주 친숙한 자신만의 스토리를 꺼내서 보여주기만 하면 되니까요.
그렇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이 사춘기 기간이란 분명함보다는 혼란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진로를 잘 찾지 못하는 학생들을 두 부류로 나눌수 있겠습니다.
한 부류는 자신에 대한 성찰과 인식이 부족한 학생입니다. 이런 학생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대학에서 무엇을 전공하고 싶은지,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가질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거나 누군가와 대화를 한 적이 없는 학생들입니다. 이런 학생들은 저와의 대입 상담과 에세이 브레인 스토밍을 통해 자기성찰을 하면서 자신이 바쁘게 살아온 비록 짧은 인생이지만 돌이켜 보면서 자신만의 스토리를 찾고 앞으로의 스토리를 써 나갑니다. 그리고 에세이를 다 마칠 때 쯤이면 1석 2조의 효과를 봅니다. 자기만의 스토리를 다룬 훌륭한 에세이도 써내고 자신의 진로에 대한 확신도 갖고 말이죠.
또 다른 부류의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길과 사회가 원하는 길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는 학생들입니다. 이 학생들이 진로를 고민한다는 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모르는게 아니고 원하는 길과 가족과 사회가 원하는 길에 서서 대입을 문앞에 두고 원서에 무슨 전공을 써야 할지 고민하는 겁니다. 처음 부류의 학생들보다 이런 학생들이 대입 에세이 쓰는데 제일 어려움을 겪습니다. 예를 들어서 이렇습니다. 학생은 Psychology를 공부하고 싶다는데 부모는 취업을 생각해서 Engineering을 전공하라고 합니다. 그래서 오랜 토론 끝에 합의를 봐서 Biomedical Engineering을 전공으로 선택합니다. 하지만 학생이 에세이를 쓰려는데 에세이 주제가 “왜 이 전공을 선택했는가”입니다. 그러면 이 학생은 자신의 스토리가 아닌 어떤 스토리를 억지로 지어내서 써야 하겠죠. 사실대로 말할 수 없으니까요. 그러면 자신이 정말 좋아서 Biomedical Engineering을 선택한 학생의 에세이와 비교해서 경쟁력이 있을까요? 차라리 학생이 자신이 원하는 길로 가게끔 했으면 멋진 에세이도 나오고 심지어 에세이 쓰는 걸 즐겼을수도 있는데 말이죠.
부모님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전공을 선택한다는 건 자신이 평생 가질 직업에 대한 첫 걸음이기 때문에 지금 이 중요한 갈림길에서 방향을 잘 선택해서 첫 걸음을 조심히 내딛어야 하죠. 하지만 결국에 인생은 학생의 것이고 결정도 학생의 몫입니다. 선택한 전공과 진로에 책임을 지어야 할 사람도 부모가 아닌 학생이죠. 부모의 권유에 지금은 Biomedical Engineering을 지망 전공으로 쓴다 하여도 대학에 가서도 계속 이 전공을 공부한다는 보증도 없습니다.
대학생 3명 중 2명은 대학 전공을 바꾼다고 합니다. 그러니 원서를 쓰는 지금 시점에서 부모의 바람과 욕심, 취업률과 경제적 안정에 의해 전공을 정해서 나의 목소리가 아닌 부모 목소리, 사회 목소리로 에세이를 쓰게하기보다는 학생이 지망하는 전공과 꿈을 지지하고 응원해 줘 학생이 자신의 목소리로 진솔된 에세이를 쓸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따라서 결론은 이렇습니다. 우리 시니어 학생들이 대입 에세이를 위해 자신만의 스토리를 찾으려면 자신을 거리낌 없이 오픈하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같이 깊이 고민해주고 응원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이 학생들의 소중하고 여린 꿈을 보호해주고 용기를 북돋아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 아이들이 자신의 스토리를 자유롭게 자신만의 목소리로 표현할 수 있게끔 도와주어야 하죠.
이게 훌륭한 에세이를 써서 대입 확률을 높일수 있는 비결이지만, 장기적으로 봐서는 학생 미래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비결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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