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택 시인 문학강연 … 시 낭송에 녹아 내린 삶의 애환 달라스 한인문학회, ‘김기택 시인 초청 2015 문학의 밤’ 개최 … 60여 한인 참석, 김기택 시인 작품세계 탐구

peom470.jpg

달라스에서 모처럼 고품격 문학강연이 열려 이민생활로 찌든 삶의 때가 말끔히 씻겨 내려갔다. 달라스 한인문학회(회장 김미희)가 주최한 ‘김기택 시인 초청 2015 문학의 밤’이 성황리에 개최된 것.
지난 25일(화) 오후 7시, 뉴스코리아 강당에서 열린 ‘문학의 밤’에는 달라스 한인문학회 회원들을 비롯, 평소 문학에 관심이 있거나 김기택 시인의 작품세계에 심취한 한인 등 60여 명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행사는 1부 축하공연과 2부 문학강연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문학강연 강사로 나선 김기택 시인은 ‘시는 무엇을 어떻게 묻는가’를 주제로 강연을 펼치며 시와 삶의 밀접한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경희사이버대학 교수이기도 한 김기택 시인은 먼저 이수지 동화작가로부터 전해 받은 ‘파도’(La Ola)라는 글 없는 동화책을 소개했다. 김기택 시인은 “글 없이 그림으로 된 그 동화책을 아이들이 소리 내서 읽는다고 한다”며 “작가는 아이들이 읽을 이야기를 정하지 않고 ‘반죽상태’로 두고 아이들이 스스로 그 반죽을 자신이 좋아하는 형태로 만들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택 시인은 그러면서 “이야기는 작가의 생각이 아니라 독자의 몸과 마음에서 나온다”고 전제하고 “그 이야기는 머리로 읽는 글이 아니라 몸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것과 같다”고 전했다.
김기택 시인은 ‘의미의 비결정성’을 설명하면서 “이야기는 읽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야기는 어디로 튈지 모르고 늘 현재진행형이며, 줄거리나 결말은 가능성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기택 시인은 “글 없는 동화책의 그림은 독자를 자극하고 질문을 던질 뿐이며, 독자의 몸과 마음에서는 상상의 운동이 일어난다”고 부연했다.
“시는 답을 말하지 않고 묻기만 한다”고 정의한 김기택 시인은 “좋은 시는 감동을 준다. 감동은 몸으로 느껴 마음이 움직이는 현상을 말한다. 즉, 좋은 시는 몸으로 느끼고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며 강연을 이어갔다.
그렇다면 시는 무엇을 묻는가? 김기택 시인에 따르면 시는 사람, 동식물, 장면, 사건 등 호기심이 닿는 모든 것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하지만,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물은 인간에게 너무나 친숙해 그 물음을 대부분 그냥 지나치게 된다고 설명한 김기택 시인은 “시적 대상으로부터 오는 물음은 물음이 아닌 척 위장하는 경우가 많다. 아주 근본적이고도 중요한 물음은 사소하고 평범한 것인 양 태연하게, 그리고 빠르게 지나가 버린다”고 설명했다.
김기택 시인은 이어 “시는 의문문으로만 묻지 않는다”며 “의문문으로 된 문장이라도 상투적인 물음이나 이미 답이 정해진 뻔한 물음이라면 독자의 몸과 마음을 자극하고 깨우는 힘이 없다”고 말했다. 시는 정답을 요구하는 질문을 하는 게 아니라 굳어 있는 생각, 몸과 마음을 흔들어 깨워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깰 수 있는 질문을 해야 한다는 것.
김기택 시인은 ‘사물시’로 유명한 프랑스의 시인 프랑시스 퐁주가 물컵과 대화를 했다고 밝힌 인터뷰 내용을 소개했다. 김기택 시인은 프랑시스 퐁주가 6개월 동안 다른 일은 하지 않고 꼼짝 없이 물이 담긴 컵을 바라본 일이 있었다고 전하고 “사람이 사물과 대화하는 일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인간이 이용하는 물건이라고만 생각한다면 물컵은 절대로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 사람이 사물보다 우월하다는 인간중심적 사고를 버리고 스스로 물컵처럼 낮아질 때, 비로소 물컵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학강연에 앞서 펼쳐진 1부 축하공연에서는 클래식 연주, 시 낭송, 그리고 가수 황경숙 씨의 독창이 이어졌다.
홍원화∙최미화∙전창훈 트리오의 클래식 연주가 있은 후 달라스 한인문학회 최기창∙박혜자∙백수길 회원은 김기택 시인의 작품인 △ 가뭄 △ 멸치 △ 사무원 등을 낭송했다. 가수 황경숙 씨의 공연 후에는 달라스 한인문학회 안민성∙이은희∙최정임 회원이 △ 껌 △ 소 △ 우주인 등을 낭송했다.  ‘우주인’을 낭송한 달라스 한인문학회 최정임 회원은 “이 작품을 접하면서 미국으로 이민 와 허우적거리며 살아가는 내 자신을 보는 것 같아 눈물이 핑 돌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학회 회원들의 시 낭송을 감상한 김기택 시인은 “달라스 문인들이 내 시를 낭송하는 것을 접해보니 그 동안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동을 받았다”며 “동포들이 이민생활을 통해 겪었던 삶의 애환이 시를 더 깊이 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비록 내가 쓴 작품이지만, 시 낭송을 통해 달라스 동포들의 마음도 함께 읽혀진 것 같다”고 반응했다.
달라스 한인문학회 김미희 회장은 “김기택 시인과 같은 소중한 분을 모시고 영혼의 트레이닝을 받은 귀한 시간이었다”며 “모든 참석자들이 마음과 영혼의 꿀을 쟁여가는 시간이 됐다. 달라스 한인문학회는 앞으로도 좋은 문학강연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김기택 시인 초청 문학강연회는 달라스 한인회, 뉴스코리아, 그린힐보험, 중남부한인상공회, 각 한인 언론사 등이 후원했다. 문학회에 관한 기타 자세한 내용은 김미희 회장(전화 214-886-5387)에게 문의하면 된다.

토니 채 기자 press@newskorea.com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