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울리네. 꽃이 피네 새들의 노래 웃는 그 얼굴 그리워라 내 사랑아 내 곁을 떠나지 마오. 처음 만나서 사랑을 맺은 정다운 거리 마음의 거리 아름다운 서울에서, 서울에서 살렵니다. 봄이 또 오고 여름이 가고 낙엽은 지고 눈보라 쳐도 변함없는 내 사랑아 내 곁을 떠나지 마오. 헤어져 멀리 있다 하여도 내 품에 돌아오라 그대여 아름다운 서울에서, 서울에서 살렵니다.”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최대도시인 서울특별시를 가리키는 ‘서울의 찬가’는 어린 시절 아무것도 모르고 열심히 따라 부른 기억이 나는 노래이기도 하다. 문득 이 노래가 다시금 새삼스럽게 며칠을 입가에서 맴돌고 있을까를 생각하니, 공동체 안의 한 자매의 고백 때문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그 자매의 남편은 공무원 신분이어서 미국 내 어느 지역이든지 발령을 받고 일자리를 옮길 수 있는 포지션을 지니고 있었는데, 때로는 너무나 심심하고 따분한 O. K 목장의 생활이 답답하기 까지 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한다. 도시의 한복판에 서서 살아가는 환경도 아닌지라 모처럼 주어진 여유라는 시간과 삶 가운데 찾아오는 한가로운 모습들은 긴장감이 없어지고 늘 바쁘게 살아온 지난 시간들에 비하면 너무나 불안하리만큼 지루함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남편에게 큰 도시에서 일자리 제안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먼저 온 가족이 방문하는 스케줄을 잡고 이사하려고 하는 지역에서 여러 날을 머무르며 지내다 보니, 새삼스럽게 지금까지 살아온 O. K 목장이 이리도 좋을 수가 없다는 이야기들을 온 가족이 이구동성으로 하며 다시금 돌아오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비단 그녀와 그 가족들은 보이는 환경이나 받고 누리는 혜택 이전에, 사람 향기가 가득한 오케이 목장을 먼저 그리워했을 것이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온 식구들이 예전에는 이리도 오클라호마가 좋은 곳인 줄 몰랐다며 다시는 이곳에서 살아가는 동안에 불평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다시금 우리가 사는 곳에 대하여 애정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좋은 여행이었던 것 같아요”하시며 서울의 찬가의 가사 한 대목을 힘 있게 부르신다. “아름다운 O. K에서 살렵니다~~”
아마도 그녀와 가족들이 느낀 마음은 환경이나 시설 그리고 보이는 이면 뒤의 사람에게서 느끼는 오클라호마가 풍기는 따스하고 다정한 공기가 다시금 값지게 다가온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부지런하고 다정하고, 인정이 많으며 환한 미소가 있는 곳, 약간은 부족하고 연약해도 기다려주며 보듬어주는 이들이 더 많은 곳,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가는 것이 결코 뒤처지는 것이 아니기에 불어오는 바람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작은 인사에도 반갑게 건네는 손길들이 더 크고 강하게 다가온 것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숲 안에서는 숲을 제대로 볼 수 없다고 하지 않던가! 숲밖에 서서 숲 안을 자세히 보니 값진 보물들로 가득함을 본 것이 아닌가 싶다. 일도 중요하지만, 일보다도 더 소중한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은 마음들이 주는 따스함처럼 말이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노라니 언젠가 들었던 ‘프란체스코’에 관한 일화가 오버랩 되는듯하다. 프란체스코의 제자들이 스승과 함께 40일 금식기도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마지막 하루를 남겨놓고 39일째 되던 날 젊은 제자 한 명이 맛있는 스프 냄새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한 숟가락을 입에 떠 넣고 말았다고 한다. 그 순간 함께 금식을 하던 제자들은 눈을 부릅뜨고 그 젊은 제자를 노려보았다고 한다. 그 눈길 속에는 유혹에 넘어간 불쌍한 영혼을 향한 애처로움이 아니라 분노에 찬 정죄의 따가운 시선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순간 프란체스코는 말없이 수저를 들더니 젊은 제자가 먹었던 스프를 천천히 떠먹기 시작 했다고 한다. 경악의 눈길로 스승을 쳐다보고 있는 제자들을 향하여 프란체스코는 조용히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가 금식을 하고 기도를 드리는 것은 모두가 예수님의 인격을 닮고 그분의 성품을 본받아 서로가 서로를 참으며 사랑하며 아끼자는 것입니다. 저 젊은이가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스프를 떠먹은 것은 죄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를 정죄하고 배척하는 여러분들이야말로 지금 큰 죄를 짓고 있는 것입니다. 굶으면서 서로 미워하는 것보다도 실컷 먹고 사랑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고 말이다.
이민자들이 속한 믿음의 공동체나 한인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가운데 ,외로움을 나누고 함께 힘이 되고자 갖는 여러 형태의 모임들 가운데에서도 서로가 정죄하고 헐뜯는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되지만, 아마도 O. K 목장 안에서 풍기는 격려하고 세워주는 아름다운 모습과 함께 보듬어주고 감싸주며 이끌어주는 찐한 사람의 향기와 인정의 향기를 맛보며 살아가기에 ‘아름다운 서울에서’뿐 아니라 ‘아름다운 O. K 목장에서 살렵니다’를 목청껏 부르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박영순 사모
오클라호마 한인제일장로교회
OK목장 OK사모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