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단상: 왕자가 된 거지 던컨빌제일교회 담임 윤석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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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행차가 있다. 거리에 “모두 물렀거라. 왕의 행차시다”라는 큰 소리가 들린다. 거리에 있던 백성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걸음을 멈추고 땅에 머리를 숙인다. 어떤 사람은 왕의 얼굴을 보려고 고개를 들었다가 군졸에게 창 끝으로 얻어 맞는다. 어떤 사람은 왕의 행차가 두려워 엎드린 채 벌벌 떨기도 한다. 
이 때 왕이, “멈추거라”라고 명령한다. 그러자 왕을 태운 어가가 멈춘다. 왕은 수 없이 많은 백성들이 모두 길가에 엎드려 있는 것을 본다. 그리고 왕은 옆에 있는 신하에게 한 거지를 가리키며 “저 거지를 가마에 태우거라”라고 명령한다. 
신하는 어리둥절하여 왕에게 “전하! 방금 저 거지를 가마에 태우라고 분부하셨나이까?”라고 확인한다. 왕이 고개를 끄덕인다. 신하는 “전하! 분부를 받들겠나이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마지못해 거지를 가마에 태운다. 
왕과 함께 왕궁에 도착한 거지는 이게 무슨 일인가라고 생각하고 왕 앞에서 벌벌 떤다. 왕은 거지를 앞에 세우고 신하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 거지를 이제 나의 아들로 삼겠노라! 경들은 이 거지를 목욕시키고 반지를 끼우고 왕자의 옷을 입히고 내 나라를 이어받아 다스릴 세자로 책봉할 준비를 하라.” 이 말은 들은 거지의 심정은 어떠할까? 이 거지는 아무 자격이 없는데 왕이 자신을 선택하여 아들로 삼고 나라를 상속하게 하겠다니.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하나님께 택하심을 받은 은혜이다. 은혜는 값없이 거저 주시는 무조건적인 선물이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의 사람들에게는 택하심을 받은 은혜가 있다. 무슨 택하심일까?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택하심이다.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을 섬기는 성도라면 우리는 하나님 아버지의 미리 아심을 따라 선택함을 받은 백성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선을 행할 것을 미리 아시고 우리를 선택하신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은 것이 있음을 미리 아시고 선택하신 것도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선택함을 받을 아무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오묘하신 지혜로 우리를 선택하셨다. 사도 바울은 에베소서 1장 5절에서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라고 말한다. 
하루는 다윗 왕이 예전에 자신을 죽이려 했던 사울 왕의 손자인 므비보셋을 부른다. 보통 왕조가 바뀌면 전 왕조의 후손들은 살아남지 못한다. 그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므비보셋이 다윗 왕 앞에 절하며 무서워한다. 그 때 다윗 왕이 무서워하는 므비보셋에게 이렇게 말한다, “무서워하지 말라 내가 반드시 네 아버지 요나단으로 말미암아 네게 은총을 베풀리라” (삼하 9:7). 그러자 므비보셋이 절하며 이렇게 말한다. “이 종이 무엇이기에 왕께서 죽은 개 같은 나를 돌아보시나이까” (삼하 9:8). 
그리고 얼마 후 다윗 왕이 풍성한 식탁을 베풀고 자리한다. 다윗 왕이 식탁을 둘러보니 용모가 빼어난 압살롬, 지혜로운 솔로몬, 그리고 많은 왕자들의 얼굴들이 보인다. 하지만 다윗 왕은 그 옆에 한 자리가 비어있음을 본다. 그 순간 멀리에서 뚜벅 뚜벅 두 발을 다 절며 걸어오는 한 사람이 보인다. 바로 므비보셋이다. 그가 솔로몬, 압살롬, 그 밖의 많은 왕자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다윗 왕과 같은 상에서 식사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가 다윗 왕으로부터 은혜 입을 아무런 자격도 조건도 없었지만 그의 아버지 요나단의 공로로 다윗 왕의 은혜를 입은 것이다. 우리도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도저히 설 수 없는 죄인이었다. 하지만 예수님의 공로로 하나님의 아들 딸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아브라함, 모세, 엘리야, 그리고 수 많은 믿음의 선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하나님의 자녀로서 어린양의 혼인잔치에 참여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우리가 받은 하나님의 놀라우신 은혜이다. 

윤석재 목사
던컨빌제일교회 담임
682-521-4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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