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이인’ 그레이스 김, 뉴욕발 달라스행 항공편에 탑승한 사연 항공사 여직원 실수, 달라스 한인여성에게 ‘동명이인’ 탑승권 발부 … 항공사 직원으로부터 ‘범죄자 취급’ 받아

american470.jpg
뉴욕발 달라스행 항공기에 몸을 실었던 달라스 거주 한인 여성이 동명이인의 다른 여성 이름으로 탑승권을 발부 받아 범죄자 취급을 당한 일이 발생했다.
이 황당한 일은 지난 9일(일) 달라스에 거주하는 한인 여성 그레이스 김 씨에게 일어났다. 김 씨는 뉴욕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딸을 방문한 후 뉴욕 라구아르디아 공항에서 달라스행 아메리칸 항공기에 탑승하기 위해 자가 탑승권 발권, 즉 ‘셀프 티케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셀프 티케팅’이 되지 않았고, 그 모습을 본 아메리칸 항공 직원이 김 씨 대신 티케팅을 해줬다는 것. 김 씨는 항공사 직원이 대신 받아준 탑승권을 갖고 검색대와 게이트를 거쳐 비행기에 탑승했다.
한국 이름이 ‘숙’으로 시작되는 김 씨는 “Grace Sook Kim”이라는 이름 대신 “Grace H. Kim”이 탑승권에 적힌 것을 보고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일단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룹2에 속한 김 씨는 일찌감치 비행기에 탑승해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한국 여성이 다가와서는 김 씨가 앉아 있는 자리가 자신의 자리라고 했다는 것. 김 씨가 그 여성에게 중간이름(미들 네임)이 H로 시작하느냐고 묻자 그 여성은 그렇다고 답했다.
김 씨는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 비행기 뒷켠으로 자리를 옮지만 이륙 직전까지 아무도 김 씨의 자리를 안내해주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항공사 직원들이 비행기에 들어와 다짜고짜 김 씨에게 신분증을 요구하면서 “어떻게 이 탑승권으로 비행기에 탔느냐”며 다그쳤다는 것.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던 김 씨는 신분증을 꺼내기 위해 선반에서 가방을 내렸고, 항공사 직원들은 김 씨가 자초지정을 설명할 틈도 없이 김 씨를 비행기에서 몰아내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김 씨는 본지 인터뷰에서 “모든 탑승객들이 보는 앞에서 범죄자 취급을 당했다”며 “그날 달라스로 와야 하는데, 비행기를 못 타면 어쩌나 당황했다”고 당시 심경을 설명했다.
김 씨의 수모는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점입가경으로 꼬이기 시작했다. 항공사 직원들과 다시 티켓 카운터로 간 김 씨는 자신의 이름인 “Grace Sook Kim”이 그 항공편에 예약돼 있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항공사 직원의 실수로 탑승권이 잘못 발부됐다는 것을 설명했지만 항공사 직원들은 아무런 사과의 말도 없이 김 씨를 계속 범죄자 취급하며 “어떻게 그 티켓으로 비행기에 탑승했느냐”고만 다그쳤다.
항공사 여직원은 급기야 김 씨의 탑승권을 찢어 쓰레기통에 버린 후 달라스행 항공편이 다른 게이트에 있으니 그쪽으로 가라며 자리를 뜨려 했다.
분하고 억울했던 김 씨는 증빙자료를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에 쓰레기통에 버려진 찢긴 탑승권을 핸드폰으로 찍었다. 김 씨가 사진을 찍는 모습을 목격한 항공사 여직원은 다시 카운터로 돌아와 카운터에 놓여있던 김 씨의 지갑을 잡아채더니 사진을 지우면 지갑을 돌려주겠다고 협박했다는 것.
믿기지 않는 상황에 처한 김 씨는 딸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김 씨는 딸의 권유로 경찰을 불렀다. 항공사 여직원은 김 씨의 지갑을 들고 이미 사라진 상태.
경찰이 도착하자 김 씨는 사진에 찍힌 항공사 여직원의 모습을 보여줬고, 경찰의 도움으로 그 여직원을 찾을 수 있었다.
경찰과 대면한 항공사 여직원은 김 씨의 지갑을 빼앗은 게 아니라 분실된 지갑을 발견해 자신의 상관에게 제출한 것뿐이라며 궤변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양측의 설명이 엇갈리자 경찰은 공항내 CCTV를 검토한 후 김 씨의 설명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김 씨는 경찰에게 리포트 번호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경찰은 김 씨의 주장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김 씨가 지갑을 찾은 만큼, 리포트 번호는 없다고 답했다. 김 씨는 하는 수 없이 뉴욕에서 하루를 더 묵고, 다음날 달라스행 항공기에 탑승 할 수 있었다.
김 씨는 본지 인터뷰에서 “이번 일은 엄연히 항공사 직원의 실수로 탑승권이 잘못 발급됐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며 “항공사 직원이 실수를 인정하고 다음 항공편만 마련해줬더라면 아무런 문제 없이 끝날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 일이 있은 후 김 씨의 딸은 뉴욕 한인 언론매체에 이러한 사실을 알렸고, 자신의 SNS에도 자세한 내막을 올렸다.
김 씨에 따르면 김 씨의 딸이 이러한 내용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게재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메리칸 항공 본사 홍보담당 직원이 연락을 취했다. 김 씨는 “항공사 측에서 200 달러를 보상해줄 테니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자고 했다”며 “항공사 직원의 실수로 졸지에 테러범으로 몰렸다. 이번 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수모를 겪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러면서 “미국 땅에서 한 비행기에 ‘그레이스 김’이라는 이름을 가진 동명이인이 함께 탑승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느냐”면서 “탑승권의 이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내 불찰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 잘못된 탑승권으로 검색대를 지나 비행기에 탈 수 있었다는 것은 항공사 직원 잘못이 크다”고 말했다.
김 씨는 또 “셀프 티케팅을 할 때 항공편 번호보다는 로케이터 넘버(locator number)로 해야 더 정확하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또 한번 절감했다”고 덧붙였다.

토니 채 기자 press@newskorea.com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