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영역’을 구축해 상대방의 침입을 막고, 동시에 남의 ‘영역’에 침입해 영역을 넓혀가는 미식축구, 서부개척시대의 정신이 그대로 녹아 있고 전략과 전술면에서 실제 전쟁과 가장 유사해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스포츠다. 그러나 매튜 씨에게 미식축구는 스포츠가 아닌 인생, 그 자체였다.
“미식축구를 통해 삶을 봅니다. 시즌 전부터 풋볼을 위해 몸을 준비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을 때도 있고, 뛰고 싶어도 마음대로 뛸 수 없을 때도 많아요. 미식축구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준비기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코치에 따라 선택과 전략이 달라지고 또 필드에는 스스로 콘트롤할 수 없는 많은 요소가 항상 함께하지요. 미식축구를 하면서 저 자신을 믿고 최선을 다해 뛰었을 때 마치 하늘이 저를 도와주듯이 여러 부분에서 풀리는 것을 경험했어요 그래서 저는 미식축구를 즐기고 또 사랑합니다.”
스물 여섯 살의 매튜 오 씨, 그는 현 미식축구 국가대표 선수다. 텍사스 알링턴에서 태어나 학창시절을 달라스에서 보내고, 아이비리그라 불리는 다트머스 대학에 화려하게 안착했다.
그가 처음 미식축구를 만난 것은 8세 때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던 10대, 그 힘든 마음을 달래고 친구들에게 마음을 열게 도와준 것도 미식축구였다. 결국 8학년 때 그는 미식축구 선수로 대학에 진학하기로 결정한다. 물론 한인 2세로 주류 미국인들에 비해 체격적으로 불리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의 가슴 한가운데 있었던 불덩이는 그를 필드의 세계로 내몰았다. 한국사람으로서 내셔널 풋볼 리그(NFL)에 뛰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준비했다. 정말로 하고 싶다면 최선을 다하라고 운동기계를 차고에 들여준 삼촌은 가장 든든한 지원자였다.
그러나 대학에서의 4년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그의 포지션은 계속해서 교체됐고, 코치도 4년 연속바뀌었다. 몸은 라인벡커와 디펜스 앤의 중간 단계여서 여러 면에서 힘들었고, 거기에 더해 갑자기 허리를 다쳤다. 결국 졸업 후 목표하던 내셔널 풋볼 리그(NFL)에 진입하지 못했다.
캐나다 풋볼 리그(CFL)에서 뛰었지만 거기서도 얼마 버티지 못했다. ‘미식축구를 그만둬야 하나’하는 심각한 고민 속에 캘리포니아 얼바인 지역에서 직장을 구했다. 그러던 중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불러 모든 것을 뒤로 하고 갔지만 역시 또 탈락하고 말았다. 빛나던 그의 인생은 터널속에 갇힌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 매튜 씨는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인정하게 됐다.
“처음에는 앞길이 안 풀리는 것이 준비를 안 한 제 탓이라고 자책했지요. 그러다가 어느덧 제가 정말 원하는 것이 미식축구임을 알게 됐어요. 결국 제 마음을 다시 정립하고, 미식축구에 제 인생을 걸기로 작정했지요. 사람들의 시선에 매이기보다는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일에 전심을 다한다면 그것이 더 의미있는 삶이고 더 행복한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미식축구를 위해 뉴욕의 모델 생활도, 얼바인의 직업도 다 접고, 바다 건너 일본으로 건너 갔다. 그리고 일본 오사카에서의 프로선수 경험 이후 캐나다 풋볼 리그(CFL)을 타진하고 있을 때 미국 대표팀에 합류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는 한없이 빛나기만 한 별은 아니었다. 그에게도 터널과 같은 긴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믿고 스스로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많은 코치들이 저의 가장 큰 장점을 플레이에 100%을 다 쏟아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눈에 보이는 한계적 요소들로 좌절하거나 지레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봐요. 그러나 정말로 열망하는 것이 있다면 시선을 멀리 두고, 꿈과 목표에 집중하고, 오픈된 마음으로 능력을 키우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사실 모든 사람들은 특별한 능력을 소유하고 있어요. 자신을 믿고 바로 그 특별한 재능에 집중한다면, 결국 어려운 시점을 통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에게는 잊을 수 없는 만남이 참으로 많다. 특히 고교 시절 헤드코치는 아무런 연계가 없던 그에게 대학 코치들과의 관계를 만들어 줬고, 캐나다에서 만난 코치는 일본으로의 길을 열었다.
인생을 통해 만남과 관계를 쌓아가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중요한지 경험하고 있다는 매튜 씨는 삶의 어렵고 힘든 과정도 자신의 능력을 믿고 최선을 다한다면 결국 그것들이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선한 결과로 돌아온다는 것을 믿는다며 환하게 웃었다. 미식축구 국가대표팀에서의 매튜 씨의 활약상을 기대해본다.
켈리 윤 기자 press2@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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