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단상: 이기욱 목사 사랑에 빚진 교회 담임, 그거 ‘비빔라면’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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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말씀 집회 초청을 받아 타주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초청해 주신 교회의 리더 분들과 함께 식사를 위해 그 지역의 한국 식당을 찾게 되었습니다. 
한국 식당이 흔하지 않은 지역이라 그런지 메뉴판을 보니 한식과 함께 각종 분식메뉴가 많이 있었습니다. 건강의 문제 때문에 음식에 제한이 있는 터라 메뉴를 신중히 골라야만 해서 열심히 메뉴를 보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어떤 외국 분이 서툰 한국말로 ‘쪼올~면 주~쎄요’하고 주문을 하는 겁니다. 가격표를 보니 “와~” 쫄면 한 그릇에 10불 99전이나 하는 겁니다. 
사실 저도 쫄면, 떡볶이 같은 분식을 먹고 싶었는데 고민하다가 그냥 고기대신 두부를 넣은 돌솥 비빔밥을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제가 주문한 식사가 옆 테이블의 쫄면과 거의 동시에 나왔습니다. 옛 쫄면의 맛이 생각이나 눈길이 자연히 그 쫄면을 향했습니다. 그런데 “아니~ 저건!” 옆 테이블에서 주문한 쫄면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아는 그런 쫄면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대체로 아는 쫄면은 쫄깃쫄깃한 면발과 함께 야채가 듬뿍, 거기다가 그 위에 고추장을 얹고 그리고 달걀 반 쪽과 함께 나오는 그런 건데, 옆 테이블의 쫄면은 아무리 봐도 그런 쫄면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우리가 아는 모 회사의 ‘비빔라면’을 끓여서 그 고추장 스프에 야채 조금 더 얹어 나온 그런 거였습니다.  “이럴 수가~” 그런데 더 화가 나는 것은 그 비싼(?) 비빔라면을 쫄면인 줄 알고 그 외국인이 너무 맛있게 먹는다는 사실입니다. 
아마도 그 외국 손님 평생 쫄면 맛이 그런 것인 줄 알고 살아갈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나 타 주에 있는 다른 한국 분식식당에 가서 쫄면 주문했을 때 우리가 상식적으로 아는 진짜 쫄면이 나오면  “오 No~ 이거 쫄면 아니야” 하며 살아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밤, 집회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오늘날의 이민 교회 목회를 한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교회는 사실 구원의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교회가 구원 공동체라는 얘기는 너무도 일반적이고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렇다 보니 요즘은 그것에 대해 심각하게 이야기 하는 교회들이 별로 없는 듯 합니다. 그저 마음의 평안과 긍정, 그리고 잘 되기를 바라는 것에 대한 이 땅의 소망이 메시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구원에 대한 메시지의 무게감이 별로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교회가 구원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는 순간, 교회는 그 존재 목적이 사라집니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것은 바로 교회의 존재 목적은 영혼을 구원하는 일 입니다. 진정 안타까운 것은 성경에 나오는 복음의 말씀을 진실 그대로 전해야 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인데, 오늘날 참 된 복음이, 하나님의 말씀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겁니다. 그저 도덕적, 윤리적 가르침과 거기에 행복주의, 성공주의, 그리고 물질주의 들이 주일 강단의 메시지를 차지하다 보니, 정말 쫄면의 맛을 제대로 모르고 자신이 먹고 있는 ‘비빔라면’이 쫄면으로 알고 살아가는 성도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교회는 사람이 얼마나 모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진정으로 알고 그것을 삶으로 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느냐가 중요한 겁니다. 교회 사이즈가 목회 성공의 척도가 아니라, 교인 수가 자신의 상급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정말 하나님을 진정으로 아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느냐가 복음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 현실 속에서 성도들은 진정 복음의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외형의 모습이 진짜 교회의 모습인양 오늘도 그렇게 우리는 살아 갑니다. 분명한 것은 쫄면은 쫄면이어야만 하고 비빔라면은 비빔라면이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교회는 교회여야만 합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교회는 세상의 가치나 사상이나 생각의 흐름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복음으로 생명을 전하는 그리스도의 몸이고, 하나님의 말씀이고, 영적 호흡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거 비빔라면 아닌가요? 정말 쫄면 맞아요?” 용기 내서 그렇게 말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제 마음을 씁쓸하게 합니다.

이기욱 목사
사랑에 빚진 교회 담임
817-966-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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