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칼럼: 책 읽어주는 할머니- 박은아 사모 그리스도연합감리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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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시골에 혼자 사십니다. 할머니는 집에 혼자 계시는 것을 좋아하시지요. 노인정에도 다니고 다른 할머니들과 함께 놀러도 다니시면 좋겠는데 할머니는 내 집이 좋다 하십니다. 우리 할머니는 글자를 읽을 줄 모르십니다. 엄마가 어릴 때 학교에서 받아온 책을 읽으면 할머니는 그 소리가 그렇게 좋으셨답니다.
나는 책을 많이 읽어주신 엄마 덕분에 한글을 일찍 깨쳤습니다. 할머니도 내가 매일 밤 글자를 읽어드리면 저절로 글자를 읽게 되지 않을까요? 할머니는 그림책을 좋아하십니다. 내가 큰 소리로 책을 읽어드리면 깜깜하던 세상이 환해진 것 같아도 하시거든요.
나는 잠자기 전에 할머니께 전화를 합니다. 그림책을 읽어드리려고요. 매일 밤 나는 할머니께 그림책 한 권을 읽어드립니다. 할머니는 내가 읽어드리는 그림책 이야기를 들으며 잠이 듭니다. 내가 할머니께 책을 읽어 드린 지도 거의 일 년이나 되었습니다.
할머니의 나이는 올해 여든 살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우리 할머니 팔순 잔치를 하는 날입니다. 할머니는 노래하는 것도 춤을 추는 것도 좋아하지 않으십니다. 그래서 가까운 친척들끼리 모여서 간단히 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엄마 아빠가 일어나서 와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러자 가만히 앉아계시던 할머니께서 조용히 일어나 책 한 권을 펼쳤습니다. 일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내가 할머니께 읽어드렸던 바로 그 그림책입니다. 
“바쁜데 이 늙은이 생일이라고 와줘서 고맙다. 내가 책을 한 권 읽어주고 싶구나.”
할머니는 조용 조용 천천히 책을 읽으셨습니다. 우리 할머니가 그림책 한 권을 끝까지 다 읽으셨습니다.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말입니다.
그 자리에 계시던 가족들도 나도 깜짝 놀랐습니다. 엄마가 할머니를 꼭 안아드렸습니다. 이제 할머니는 그림책 읽어주는 할머니가 되셨습니다. 이제 매일 밤 할머니는 전화로 나에게 그림책을 읽어주십니다. 

“우리 민정이 자냐?”
“아니, 안자 할머니”

할머니께서 읽어주시는 그림책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잠이 듭니다. 
‘책 읽어주는 엄마’라는 별명으로 소문난 김인자 작가의 책입니다. 본인의 실화라고 하네요. 책을 많이 읽어줘서 저절로 한글을 깨친 딸이 글을 모르는 할머니에게 매일 매일 책을 읽어드려서 글을 깨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과정을 글에 담아 쓴 동화입니다. 할머니와 손녀의 정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동화였지요. 글을 깨치는 것뿐 아니라 1년 동안 쌓였을 둘 사이의 정이 그려지는 듯해서 참 좋았습니다. 
아이의 마음도 사랑스럽지만, 읽기와 듣기의 교육도 참 중요하구나 라는 생각을 동시에 해 보게 되었습니다. 
긴 여름 방학이 시작된 요즘 주변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 중에 하나는 아이들과 방학 동안 무엇을 할지에 관한 것들입니다. 좋은 프로그램이나 이벤트, 학습 계획 같은 정보 등을 공유하기도 하고, 자녀들의 개발을 위한 투자의 시간으로 보내는 분들도 많이 보았지요.
결코 짧지 않지만, 쉽게 흘려 보내기 쉬운 이 시간, 우리 자녀들에게 말씀을 먹여보시면 어떨까요? 모든 지혜와 지식의 근본 되시는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 자녀들 속에 심겨지도록, 읽고 듣고 함께 하다 보면 어느새 말씀이 자녀들을 자라게 하는 경험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자녀들이 자라갈 수록 그들의 삶의 전 영역과 생각에 부모의 손이 미칠 수는 없지만, 하나님의 말씀은 그들의 생각과 삶의 영역에 등이요 빛이 될 것입니다. 긴 방학 자녀들에게 부지런히 말씀을 먹여볼까요? 긴 방학을 통해 키가 자라고 지혜가 자라고, 하나님과 사람들에게 존귀히 여겨지는 자녀들로 자라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오늘 내가 네게 명하는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았을 때에든지 길을 갈 때에든지 누워 있을 때에든지 일어날 때에든지 이 말씀을 강론할 것이며 (신명기 6장 4~7절)
주의 말씀은 네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시편 119:105)

박은아 사모
그리스도연합감리 교회
‘사랑이 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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