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사랑구역의 한 권사님으로부터 사진 세 장을 카톡으로 받았습니다. 부은 발을 다른 각도에서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권사님, 이게 무슨 사진인가요?”
“아직 목사님에게 저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셨군요. 목사님께 들으세요.”
나중에 목사님으로부터 들은 얘기는 나무에 있는 벌레를 잡으려고 사다리에 올라 갔다가 균형을 잃어 사다리와 함께 떨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뼈를 다치지는 않았고 인대가 놀라 부어 4주 진단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권사님이 전한 말씀이 있었는데 4주 동안 연락도 심방도 거절하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와 똑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사랑구역 부구역장님도 받았다고 합니다.
그 때 마음에 불편함이 있었는데 그것은 교회의 본질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발목을 삔 권사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교회인데 교회로 하여금 연락과 심방을 사양한다시니 그럼 권사님에게 교회는 무엇이었냐 하는 것이었죠.
그래서 개인적으로 카톡을 보냈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교회는 좋은 것만 나누는 교회가 아니라 힘들고 어렵고 아픈 것도 함께 나누는 교회가 되어야 하지 않겠냐구요. 교회에 대해 묵상해주십사 하는 내용을 보내드렸습니다.
나 또한 교회의 본질에 대해 묵상하며 보내는 중 금요일이 되었고 목사님은 권사님의 상황을 알리고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만일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받고 한 지체가 영광을 얻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즐거워하느니라.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지체의 각 부분이라”(고전12:26-27)
주일이 되었습니다. 첫 주일 저녁에는 구역장 가족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그래서 예배가 끝나면 얼른 집에 가서 음식을 준비해야 할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구역장님 중 몇 분의 사정으로 모임이 취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어려운 중에 있었는데, 모든 예배가 끝났는데도 아직 교회에 남아 있는 분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심방을 오지 말라는 메시지를 받은 사랑구역 부구역장님과 한가지씩 음식을 해온 구제부원들이 모여 고민을 하고 있었던 차였습니다.
구역장 모임도 취소되었고 시간이 허락되었으니 문전박대를 당할지라도 가보자는 목사님의 결정에 순종하고 다들 교회 차를 타고 떠났습니다.
구역장님과 부구역장님, 여전도회 회장님 그리고 음식을 준비해 오신 구제부 회원들 4명, 목사님과 저였습니다.
감사하게도 우리 먼저 가서 권사님과 교제하고 계신 안수집사님 부부가 계셨기에 문전박대는커녕 환영 받으며 들어가서 함께 예배를 드리고 권사님을 위로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네 명의 친구가 중풍병자를 데리고 예수님께 데려간 말씀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마9:1-8) 중풍병자는 친구들의 신세를 지는 게 미안해서 사양할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또 친구들은 예수님 주위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어 일찌감치 포기할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붕을 뜯어가며 예수님 앞으로 병자를 데려간 그들의 수고는 중풍병자가 죄사함을 받았을 뿐 아니라 병도 낫는 축복을 받게 되었습니다.
식사를 하고 가라시는 권사님의 사랑의 억지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으나 다소 가라앉기는 했으나 불편하신 다리를 보며 사양하고 나오는데, 인대가 부었을 때 좋다는 처방을 가지고 장로님 부부가 막 도착을 하셨습니다.
“이런게 교회구나!”
비록 권사님은 다른 사람에게 혹여 누가 될까 해서 모든 연락과 심방을 거절했으나 사랑이 없으면 그게 무슨 교회냐고 사랑을 부지런히 실천하시는 여러 성도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사랑으로 소문난 교회” 라는 책 제목이 생각났습니다.
다들 돌아가시고 사랑구역 부구역장님의 고백을 들었죠. 심방 오지 말라는 권사님의 메시지 그대로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법을 배웠노라고 하셨습니다.
저 또한 배웠습니다. 구역장 모임이 캔슬되어 실망감이 있었으나 하나님은 그것으로 또 다른 선한 일을 도모하셨으니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루는 법입니다.
캔슬된 구역장 모임은 수요일 저녁 구역장님들만 모여 알차게 시간을 가졌다는 얘기를 듣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습니다.
우리의 실수나 우리의 실망감에 하나님은 포기하지 아니하시고 그것을 통해서도 뜻을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은 정말 멋진 하나님이십니다. 주님을 사랑합니다. JOY!
서경희 사모
달라스 주님의 교회
‘하나님과 동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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