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스 비닐봉지 조례, 어설픈 시행으로 피해자 양산” 달라스 시의회, 비닐봉지 제조업계 소송 직면 … 10대 4 표결로 ‘5센트 비닐봉지 조례’ 전격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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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결정에 따른 찬반 의견 ‘분분’ … 사전 홍보 및 준비 미흡, ‘재활용 비닐봉지’ 구입한 업주만 금전적 손실 
적법성 논란을 안고 올 1월 1일 전격 시행된 달라스 시의 ‘5센트 비닐봉지 조례’가 지난 8일(월)을 기점으로 폐지됐다.
‘5센트 비닐봉지 조례’는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 비닐봉지를 원할 경우 비닐봉지 한 개당 5센트의 수수료를 내도록 의무화는 규정을 말한다.
달라스 시의회는 지난주 10대 4의 표결로 비닐봉지 조례를 폐지하기로 결정했고 지난 8일(월)부터 효력을 발휘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달라스 시 행정구역 내에 위치한 소매점에서 물건을 살 때 더 이상 5센트의 비닐봉지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해리하인즈 한인타운이 속해있는 달라스 시의회 제6 지역구 모니카 알란조 시의원은 비닐봉지 조례 폐지에 찬성했다. 마이크 롤링스 달라스 시장도 비닐봉지 조례 폐지에 찬성표를 던졌다.
달라스 시의회의 이번 결정은 비닐봉지 제조업체들이 달라스 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달라스 시의회가 비닐봉지 조례를 강행하자 비닐봉지 제조업체들은 달라스 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래그 애보트 텍사스 주지사는 텍사스 검찰총장이던 지난해, 달라스 시의 비닐봉지 조례가 포장지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는 텍사스 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법률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도 비닐봉지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조례가 시행되고는 있지만 수수료의 100%가 업주의 몫으로 돌아간다. 반면, 달라스의 경우 수수료의 10%만이 업주의 몫으로 돌아가도 나머지 90%는 시의 차지가 되기 때문에 포장지에 대한 과세 행위라는 측면에서 위법인 것이다.

◎ 소비자·업주, 엇갈린 반응

비닐봉지 조례가 처음 시행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폐지 결정에 따른 찬반의견 역시 분분하다. 특히 소비자들과 비즈니스 업주들간의 반응이 엇갈린다.
환경보호를 우선시하는 소비자들의 대부분은 비닐봉지 조례가 환경보호에 큰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에 계속 유지했어야 한다는 반응이다.
비닐봉지 제조업계는 물론, 비즈니스 업계는 대체로 비닐봉지 조례가 매출 감소 및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달라스 모닝뉴스가 지난 4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1%는 5센트를 내고 비닐봉지 구입하겠다고 응답한 반면 57%의 응답자는 5센트 수수료를 내는 대신 재활용 쇼핑백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한인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환경보호를 이유로 비닐봉지 조례가 유지됐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비닐봉지 조례 폐지 이틀째인 지난 9일(화) 오후, 신촌마켓에서 장을 보고 있던 어빙 거주 한인 박순례(56세, 여) 씨는 “나는 개인적으로 재활용 쇼핑백을 들고 다닌다”며 “비닐봉지가 돌아다니지 않으면 환경에도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 어설픈 시행, ‘피해자’ 양산으로 이어져

비즈니스 업주들이라고 모두 비닐봉지 조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25대와 26대 달라스 한인상공회장을 역임했고 뷰티서플라이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고근백 전 회장은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비닐봉지 조례의 취지는 좋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시행됐으면 환경보호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비닐봉지 조례가 충분한 사전 홍보 및 준비 없이 시행돼 업주들 사이에 적잖은 혼란을 야기했고, 결국 5개월 만에 갑작스럽게 폐지되면서 금전적 손해를 본 업주도 발생했다는 것이다.
달라스 시의 비닐봉지 조례 규정에 따르면 소매업체들은 소비자들에게 일반 비닐봉지를 한 개당 5센트에 판매하거나 두께 0.7mm의 비닐봉지를 구비해 재활용 쇼핑백으로 판매할 수 있다.
고근백 전 회장에 따르면 대부분의 소규모 한인 업주들은 일반 비닐봉지를 5센트에 판매하는 쪽을 택했지만 일부 한인 업주들은 0.7mm 재활용 비닐봉지를 구비해 판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량의 0.7mm 비닐봉지를 구입하려면 생산공장에 별도의 주문을 넣어야 하는데, 이러한 공장을 찾기가 쉽지도 않을뿐더러 한번 주문하는데 최소 30만 장을 주문해야 한다는 게 고 전 회장의 설명이다.
0.7mm 비닐봉지를 재활용으로 판매하려면 비닐봉지에 업체 상호와 ‘recyclable’라는 문구를 인쇄해야 한다. 고 전 회장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개인이 단독으로 30만 장의 0.7mm 비닐봉지를 주문할 경우 약 1만 달러 가량의 비용이 든다.
고근백 전 회장은 북텍사스 한인 미용재료상협회 일부 회원들이 한 달 넘는 시간을 소비해 0.7mm 비닐봉지 생산공장을 찾아 주문을 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재활용 비닐봉지를 입수한 후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달라스 시의회가 비닐봉지 조례를 폐지했다는 것. 비닐봉지 조례가 폐지되면서 높은 비용을 들여 구입한 재활용 비닐봉지가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고 전 회장은 “재활용 비닐봉지를 구입해 비즈니스를 제대로 해보려던 업주들은 피해를 보게 됐고, 오히려 대충 하려던 업주들만 이익을 본 셈이 됐다. 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라도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털어 놓았다.
고 전 회장은 “소비자들에게 5센트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큰 문제도 아니다”고 운을 떼고 “하지만 적잖은 비용을 들여 재활용 비닐봉지를 구입한 업주들은 조례가 폐지되면서 금전적 손실을 보게 됐다”고 하소연 했다.
고 전 회장은 “일부 업주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최소 주문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국 공장에 재활용 비닐봉지를 주문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운송비가 만만치 않아 금전적 손실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 전 회장은 또 달라스 시가 충분한 사전 홍보와 준비 없이 조례를 시행해 업주들 사이에 큰 혼란이 야기됐다고 지적했다. 고 전 회장은 “비닐봉지 조례가 처음 실시됐을 당시 수수료 90%를 시에 어떻게 납부해야 하는지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업주들이 우왕좌왕했다”고 전하고 “심지어 비닐봉지 조례가 폐지되기 직전까지 시 공무원들이 업소에 찾아와 비닐봉지 조례 단속을 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고 전 회장은 그러면서 “고객들 가운데는 직접 장바구니를 가져와 쇼핑을 하겠다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다”며 “달라스 시의회가 제대로 밀어붙였으면 좋은 취지도 살리고 좋은 결과가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토니 채 기자 press@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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