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에는 비가 많이 와서 좀처럼 밤하늘에서 별을 보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 집에 있는 천체망원경도 밖에 나가지 못하고 집안에서 먼지만 쌓이고 있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에 밤하늘의 별을 보면 질흙같이 어두운 밤일수록 별은 더욱 밝게 빛납니다.
구약성경에서 질흙같이 어두운 시기가 있었는데 사사들이 치리하던 사사시대였습니다. 이 시대는 모세의 뒤를 이은 지도자 여호수아가 죽고 난 후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 왕이 등장하는 사이의 시기입니다. 이 시대는 왕이 없는 12 지파의 연합 형태로서 좋게 말하면 지방자치제 시대라고 말할 수 있지만 사실은 도덕적으로 정치적으로 무정부 시대였습니다.
이 때에 이스라엘은 갖가지 우상들을 섬기고 가나안의 이방풍속을 좇아 살면서 하나님의 구원하심과 은혜를 망각하고 살던 시대였습니다. 이들은 하나님께 범죄하여 이방인의 지배와 압제를 받게 되면 하나님께 구원해 달라고 부르짖었습니다. 그리하면 하나님께서는 사사라는 지도자를 세워주셔서 구원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일단 구원을 받아 숨통이 트이고 평안하게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다시금 하나님을 떠나 죄악의 자리로 돌아가곤 하였습니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던 시기가 사사시대였습니다.
사사기를 기록한 기자는 이 시대를 한 문장으로 이렇게 요약합니다.
“그 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 (사사기 21:25).
저마다 자기 생각에 옳은 대로 행하였습니다. 참으로 혼란한 시대로서 정치적인 왕도 없었지만, 이름만 하나님의 백성이었지 실상은 만왕의 왕이신 하나님을 떠나 살던 대표적인 시대였습니다.
이 암흑의 시대는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절대적 진리를 거부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저마다 자기 생각에 옳은 대로 행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하나님 말씀의 절대적 권위와 고귀한 도덕적 가치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복음을 말하고 도덕을 말하면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처럼 따돌림을 받기도 하고 심지어는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우리 시대처럼 캄캄했던 시대였지만 밤하늘에 빛나는 별과 같이 살다 간 여인이 있었기에 우리에게 큰 위안이 되고 본보기가 되어 참 기쁩니다. 그 여인이 바로 구약성경 룻기에 나오는 룻입니다. 룻기 1장 1절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사사들이 치리하던 때에 그 땅에 흉년이 드니라.”
룻은 현숙한 여인으로서 인생의 흉년이 들어 어려운 시기에 믿음으로 풍년의 인생을 산 여인이었습니다. 사실 우리가 사용하는 성경은 66권 책들의 성격과 내용에 따라 분류되고 순서가 정해졌습니다. 그래서 사사기 다음에 룻기가 나옵니다. 하지만 유대인들이 사용하는 히브리 성경인 맛소라 성경에는 잠언 다음에 룻기가 등장합니다. 잠언 31장 10절에는 “누가 현숙한 여인을 찾아 얻겠느냐 그의 값은 진주보다 더 하니라”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잠언에서 말한 현숙한 여인이 다름아닌 룻이라고 보아스는 말합니다, “네가 현숙한 여자인 줄 나의 성읍 백성이 다 아느니라” (룻기 3:11).
그래서 맛소라 성경에는 잠언 다음에 룻기가 나옵니다. 룻은 현숙한 여인으로서 존경할 만한 인애와 하나님을 경외하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그녀를 하늘의 별과 같이 빛나게 하였습니다. 이 시대는 외모 지상주의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이 세계 성형수술의 수도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그러나 외모보다 우리가 더욱 신경 써야 하고 가꾸어야 하는 것이 내면이고 믿음입니다. 그래서 잠언기자는 잠언 31장 30절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고운 것도 거짓되고 아름다운 것도 헛되나 오직 여호와를 경외하는 여자는 칭찬을 받을 것이라.”
많은 사람들이 외모를 먼저 보고 외모에 집착하고 외모를 칭찬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은 룻과 같이 내면을 먼저 아름답게 가꾸며 사랑과 믿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이러한 사람들이 어두운 밤하늘의 별과 같이 세상을 아름답게 비출 것입니다.
윤석재 목사
던컨빌제일교회 담임
682-521-4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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